결선투표서 좌파 산체스세렌 50.11%
야당 키하노 49.89%…6634표차
두 후보 동시 승리선언…정국 혼돈
21개 투표소 ‘재개표’ 이뤄지지만
결과 뒤집힐 가능성 희박
야당 키하노 49.89%…6634표차
두 후보 동시 승리선언…정국 혼돈
21개 투표소 ‘재개표’ 이뤄지지만
결과 뒤집힐 가능성 희박
엘살바도르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초박빙으로 나오자, 여야 두 후보가 동시에 승리를 선언하는 등 정국이 혼돈에 빠졌다. 최고선거재판소(TSE·일종의 선관위)는 일부 투표소의 재개표 작업이 끝날 때까지 당선자 발표를 미뤘지만, 야권은 벌써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11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유권자 약 300만명이 참여한 9일 결선투표 개표 결과 집권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산체스 세렌 후보가 50.11%를 득표했다. 야당인 민족공화동맹(ARENA)의 노르만 키하노 후보는 49.89%를 얻었다. 두 후보의 표차는 단 6634표(0.22%)로 초접전이었다. 앞서 지난달 2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선 세렌 후보가 49%, 키하노 후보가 39%를 각각 득표했다.
개표 결과가 전해진 직후 세렌 후보 쪽은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10일 밤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 축하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세렌 후보는 키하노 후보에게 “국민의 선택은 끝났다”라며 “차기 정부에 참여해 함께 새 나라를 건설하자”고 밝혔다. 세렌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사상 첫 게릴라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키하노 후보는 맞불을 놨다. 그는 10일 성명을 내어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준 승리를 지키게 해달라”며 “군부도 선거 부정이 벌어졌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부정에 맞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정면대결로 치닫자, 선거재판소 쪽은 일단 당선자 확정 발표를 미뤘다. 또 야권이 개표 부실 의혹을 제기한 21개 투표소에서 곧바로 재개표 작업에 들어갔다. 선거재판소는 늦어도 13일까지는 재개표 작업을 마치고 최종 당선자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개표 결과 승부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유게니오 치카스 선거재판소장의 말을 따 “투표소 1곳 당 평균 285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에, (재개표 대상 투표소의 표를 키하노 후보가 모두 차지한다고 해도)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권의 ‘선거 부정’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현지에서 이번 선거 감시활동을 벌여온 ‘라틴아메리카 선거 전문가 위원회’의 니카노르 모스코소 위원장은 10일 <프렌자라티나>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법이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치러진 선거”라며 “투·개표 과정에서 선거 부정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에선 1980~92년 내전으로 7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좌파 게릴라 단체로 출발한 해방전선은 내전 종식 직후 정당으로 탈바꿈해, 2009년 대선에서 공화동맹의 독주 체제를 깨고 집권에 성공했다. 현 마리우스 푸네스 대통령은 내전 기간에 해방전선을 지지한 언론인 출신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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