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사진부문’ 퓰리처상 수상작 지난해 9월21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사건 현장에서 권총을 손에 든 현지 경찰이 테러범을 추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사진으로 올해 퓰리처상 속보 사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EPA 연합뉴스
가디언·WP, 공익보도 부문 수상
“국가안보-사생활보호 논쟁 공로”
미 언론계, 공익적 내부고발 인정
선정위 내부서도 열띤 논쟁 일어
스노든 환영…극우 “간첩행위 보상”
“국가안보-사생활보호 논쟁 공로”
미 언론계, 공익적 내부고발 인정
선정위 내부서도 열띤 논쟁 일어
스노든 환영…극우 “간첩행위 보상”
에드워드 스노든(31)이 제공한 비밀문서를 바탕으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세계 무차별 사찰 활동을 보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가디언>이 2014년 퓰리처상 공익보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퓰리처상은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미국 주류 언론계가 스노든의 폭로를 ‘공익적 내부고발’로 인정한 것이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4일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에서 모두 14개 부문의 올해 수상작을 선정·발표했다. 위원회는 공익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국가안보국 직원 출신인 스노든이 건넨 방대한 양의 비밀문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가 나라 안팎에서 무차별적 도·감청과 민간인 사찰을 한 실태를 지난해 5월부터 끈질기게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을 선정했다. 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국가안보국의 광범위한 비밀 사찰 행위를 추적·폭로해, 국가안보와 사생활 보호 문제에 대한 정부와 시민의 관계에 폭넓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점을 공로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상작 선정과정에서 19명의 퓰리처상 선정위원들은 격한 내부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으로 취득한 정부 비밀문서를 바탕으로 한 보도에 공익보도 부문상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해묵은 논란 탓이다. <에이피>(AP) 통신은 “내부고발자 데니얼 엘스버그의 제보로 베트남전 관련 미 국방부의 비밀문서인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뉴욕타임스>에 1972년 퓰리처상을 수여한 이후 40여년만에 올해 가장 열띤 논쟁이 오갔다”고 전했다.
앞서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3월13일 선정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따 “수많은 대중이 ‘반역자’로 평가하는 인물이 불법으로 빼낸 정부 비밀문서를 바탕으로,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최고 권위의 상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목소리가 높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수상작 선정 결과 발표 직후부터, <폭스뉴스> 등 극우성향 매체를 중심으로 “간첩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보수 강경파로 통하는 공화당 피터 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스노든의 이적행위를 도와준 기자들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주류 정치권에선 스노든의 폭로를 여전히 ‘공익적 내부고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 망명 중인 스노든은 이날 성명을 내어 “두 신문의 노고를 평가해준 퓰리처상 위원회에 감사한다”며 “두 신문이 공익보도 부문상을 수상한 것은 정부의 활동에 대한 대중적 견제가 필요하다고 믿고 노력하는 세계 모든 이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반겼다. 그는 이어 “취재자료 폐기까지 강요하는 엄중한 위협에 굴하지 않은 용기있는 기자들 덕에 보도가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해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을 보도한 <보스턴글로브>가 속보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신문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편집국 문을 닫고 당시 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약식 추모행사를 열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모두 5명이 숨지고 280여명이 다친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는 15일로 1주년을 맞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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