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2년만에 필리핀 군기지 복귀 길터

오바마, 말레이·필리핀 방문

두 나라와 방위협력 확대협정 체결
필리핀에 미 병력 순환배치 가능성
미, 대중국 견제 위한 교두보 마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을 방문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해 동남아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했다.

볼테르 가스민 필리핀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28일 마닐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기 직전에 방위협력확대협정에 서명했다. 미군은 과거처럼 상시 주둔 형태는 아니지만, 필리핀 군기지에 자국 병력을 순환배치할 수 있게 됐다. 미군이 1992년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반환한 지 22년 만에 필리핀에 복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협정은 동남아에서 대중국 견제를 적극 모색하는 미국과 남중국해 일부 도서를 둘러싸고 중국과 분쟁을 빚고 있는 필리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에반 메데이로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수행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때문에 이것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애써 중국 견제를 위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협정은 중국과 주변국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긴장이 높아진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투사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6~27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두 나라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는 양국이 경제·안보·교육·과학·기술 등의 협력을 확대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독자 외교노선으로 멀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맞춰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집 총리는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과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행동강령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양국이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현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인지 야당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대신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나도록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