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보다 훨씬 덜 위험한 물질”
한해 마리화나로 65만8천명 체포
콜로라도·워싱턴은 전면 합법화
한해 마리화나로 65만8천명 체포
콜로라도·워싱턴은 전면 합법화
미국 <뉴욕 타임스>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대마초) 불법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에선 올 들어 콜로라도·워싱턴주가 ‘여가용’ 마리화나 사용을 허용하면서,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치 사설에서 마리화나 불법화 정책을 20세기 초반 ‘금주령’에 빗대, “제2의 금주령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논설위원실에서 많은 회의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국이 이성을 되찾아 금주령을 철폐하기까지는 13년이 걸렸다. 그 13년 동안 미국인들은 계속 술을 마셨고, 금주령이 아니라면 법을 어길 필요가 없는 사람들까지 범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주류 생산·유통·수입·판매가 금지된 ‘금주령 시대’ 였다.
<뉴욕 타임스>는 “미 의회가 마리화나 불법화를 규정한 법률을 통과시킨 지 40여년이 흘렀으며, 알코올보다 훨씬 덜 위험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자료를 보면, 2012년에만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된 이들이 65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흑인 남성이어서,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신문은 “마리화나의 중독 가능성은 알코올이나 담배보다 낮으며, 적절한 수준의 마리화나 소비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마리화나 소비가 더 강력한 마약 사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다만 성장기 청소년의 두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21살 이하에게는 판매를 금지하는 제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콜로라도·워싱턴 등 2개주에서 마리화나를 전면 합법화했으며, 캘리포니아·버몬트주 등 21개주와 수도 워싱턴에선 의학적 목적의 마리화나 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뉴요커>와 한 인터뷰에서 “개별 소비자한테 끼치는 영향을 놓고 보면, 마리화나가 술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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