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레이건때 맺은
‘핵전력조약’ 위반 공식 선언
우크라 사태 속 관계 더 냉각
‘핵전력조약’ 위반 공식 선언
우크라 사태 속 관계 더 냉각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가 냉전시대에 맺은 중대한 핵무기 감축 조약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위반했다며 조약 준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할 때 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28일 관련 서한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공식 전달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러시아가 조약 준수를 위해 취해야 할 조처들을 논의하기 위해 양국간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조처는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에 제기한 무기통제조약 위반 사례 중 가장 중대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미 악화한 양국 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조약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것으로 냉전 시기 군비 경쟁을 종식한 중요한 계기로 꼽힌다. 이 조약은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탄도·순항(크루즈)미사일의 생산·보유·시험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미사일 발사기의 생산·시험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러시아가 2008년께부터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발사 시험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2011년 말께 이것이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으며, 2013년 5월 이 문제를 러시아 쪽에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조약 위반이라고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노골적으로 개입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대응 조처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국무부는 29일 발표하는 무기통제협정 국제준수 연례보고서에 러시아의 위반 사항을 적시한다.
미국 쪽은 러시아가 이 순항미사일들을 실전 배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러시아에 조약 준수를 위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무기통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사일 및 발사기들을 실전 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이것들의 폐기를 확인하는 검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요구를 고분고분 들어줄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오래전부터 파키스탄·중국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력 강화를 목적으로 이 조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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