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의사당 근처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재미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 행사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왼쪽), 강일출(오른쪽) 할머니와 마이크 혼다 의원(가운데)이 재미동포들이 혼다 의원에게 증정한 감사패를 함께 들고 있다.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 첫 개최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한인 공동체는 모범이 되는 사례
일본, 역사 인정해야 자유로워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한인 공동체는 모범이 되는 사례
일본, 역사 인정해야 자유로워져”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의사당엔 30일(현지시각) 재미동포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10여명씩 조를 짜서 의원 사무실들을 돌았다. 손에는 각 지역에서 동포들의 서명을 받은 ‘전문직 비자 법안’ 청원서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의원들에게 한국에 전문직 비자를 연 1만5000개 배정하는 이 법안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리노이주에서 ‘KA보이스’라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활동가 손식(46)씨도 그중 한명이다. 지역 동포 10여명과 함께 온 그는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2명을 만나 이 법안에 대한 지지 부탁과 함께 한인 커뮤니티와 흑인 커뮤니티의 관계 증진을 함께 해나가자는 등의 제안을 했고, 긍정적 반응을 들었다. 자비 700달러가량을 들여 이곳에 왔다는 그는 “좀 부담은 되지만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뉴욕·뉴저지·캘리포니아 등 14개주에서 온 재미동포 활동가 250여명이 29~30일 워싱턴에서 ‘제1회 재미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 행사를 열었다. 29일에는 풀뿌리 활동가 양성과 의회 로비 방식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30일 낮에는 직접 의사당을 방문해 의원들을 만나 동포들의 현안을 논의한 데 이어, 저녁에는 의사당 인근 호텔에서 연방 상·하원 의원 11명과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강일출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만찬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재미동포 풀뿌리 운동 활동가들이 동포들의 정치력 신장을 기치로 전국 차원에서 모인 첫번째 행사라는 의미가 있다. 또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상·하원 외교위원장 2명이 동시에 참가해 이들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음을 과시했다.
메넨데즈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미국)는 역사에서 원죄라 할 수 있는 노예제도의 문제를 인정하고 직면함으로써 거기서 벗어나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며 “일본에도 ‘역사를 인정한 뒤에야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지역구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메넨데즈 의원은 “한인 공동체는 모범이 되는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의원은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면서 “정의와 진정한 화해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실현되도록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만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강일출 할머니는 심리 치료를 위해 직접 그렸던 그림과 감사패를 혼다 의원에게 전달했고, 혼다 의원은 나눔의 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번 행사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이정순)와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재미동포 모임인 121연대가 주최하고, 시민참여센터가 주관했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한인들의 권리 신장과 건전한 한-미관계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이 행사를 앞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영 주미대사는 “이번 행사는 미국 주류 사회에 200만이 넘는 한인들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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