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국 의회지도자·기업가 등 망라
4일부터 백악관서 회의…이례적
아프리카 공들이는 중국 견제목적
‘후원 아닌 투자’…안보이슈도 강조
4일부터 백악관서 회의…이례적
아프리카 공들이는 중국 견제목적
‘후원 아닌 투자’…안보이슈도 강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의 50개국에 이르는 아프리카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회의를 개최하는 등 아프리카 대륙을 상대로 본격적인 구애에 나섰다.
백악관은 아프리카 국가 정상과 의회 지도자, 기업가, 젊은 세대 지도자 등을 4~6일 백악관·국무부·의회 등으로 초대해 회의를 연다고 1일 발표했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우선 규모의 방대함이다. 행사에는 아프리카연합(AU)과 관계가 좋지 않은 수단·에리트레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 등 4개국을 뺀 아프리카 국가 모두가 초대됐다. 일부 국가들은 총리·외교장관 등이 대신 참석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아프리카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정상들이 워낙 많아 오바마 대통령은 1대1 정상회담은 하지 않고 집단 토론만 한다. 또 아프리카 정상들은 주행사에서 개별 연설을 하지 않는다. 몇몇 국가들만 우대했다가는 오히려 대다수 국가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탓이다.
행사 주제는 무역·투자, 평화·안보, 거버넌스 등 세 가지인데, 미국 관리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역·투자 부문이다. 이는 ‘다음 세대에 투자하기’라는 이번 정상회의의 주제에서도 확인된다. 과거와 다른 점은 아프리카에 대한 무상지원이나 융자 우대보다는 아프리카의 경제 잠재력 실현을 위해 인프라 확충 지원이나 개발 지원, 무역·투자 확대 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빠른 경제성장과 중산층 확대를 미국 경제 활성화에도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이것은 후원자 회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은 이번 회의 기간중 아프리카에 전기 공급 확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선심성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안보 이슈도 큰 관심사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우리는 아프리카의 잠재력 확충과 함께 아프리카를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에 통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테러리즘 같은 초국적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 기획은 중국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 성격도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은 이미 2009년에 아프리카와의 최대 교역국 지위를 중국에 내준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 올해 리커창 총리가 아프리카 주요국을 방문해 돈보따리를 풀었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행사가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중국과의 차이점은 강조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31일 평화연구소 연설에서 “우리는 아프리카를 자원을 빼내오는 파이프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대륙은 무한한 가능성의 지역이다”라고 말해, 미국은 중국의 자원확보 행보와 다른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애초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케냐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가 아프리카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둘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행사에 앙골라·적도기니 등 독재국가 지도자들도 초대돼 오바마 행정부가 인권 이슈를 뒷전으로 밀어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가나를 방문했을 때 ‘아프리카는 독재자들(strongmen)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강력한 국가기구들(strong institutions)을 필요로 한다’고 연설했다”며 “인권활동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에 오는 독재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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