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발트해 상공 미 정찰기 위협
말레이항공 격추 다음날 일어나
말레이항공 격추 다음날 일어나
미군 정찰기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 다음날 발트해 상공에서 러시아군의 위협을 피해 인근 스웨덴 영공으로 급히 피신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미 국방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공군 정찰기 RC-135가 지난달 18일 발트해 국제공역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정찰활동 중 이례적으로 러시아군의 지상 레이더 추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지상 레이더 추적과 함께 1대 이상의 전투기를 출격시켰다면서 당시 정찰기는 위협적인 지상 레이더 추적을 피해 진입 허가도 받지 못한 채 인근 스웨덴 영공으로 피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북유럽 등지의 상공에서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지만 러시아군이 지상 레이더를 가동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 정찰기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러시아 발틱함대 기지 등이 있는 칼리니그라드 근처 상공을 지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동유럽 국가들을 안심시키고자 영공 순찰과 정찰기를 통한 정보 수집 활동 등을 강화해왔다.
미국 정부는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스웨덴 당국과 협의 중이다. 미 국무부는 “무단침입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스웨덴 당국과 적절한 대화를 해두려 한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영화 <탑건>에서 나오는 냉전 시대의 공중 치킨게임이 거의 30년이 지난 뒤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뉴욕 타임스>는 “냉전 시대를 상기시키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갈등이 심화하던 지난 4월에도 이런 긴박한 상황이 두 차례 있었다. 러시아 전투기가 4월12일 흑해 공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구축함 도널드 쿡호 근처에서 저공비행을 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미 국방부는 당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러시아의 행동을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 4월23일에는 러시아군 전투기가 오호츠크해 국제공역에서 미군 RC-135 정찰기에 30m정도까지 근접 비행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