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 “국무부 국제개발처 주도”
남미계 미국청년을 민간원조 구실로
쿠바에 파견해 현지 젊은이들 포섭
남미계 미국청년을 민간원조 구실로
쿠바에 파견해 현지 젊은이들 포섭
미국 정부가 남미계 청년들을 쿠바에 보내 체제전복 세력 결성을 시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에이피>(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 국무부 산하 대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가 지난 2009년 초부터 베네수엘라·코스타리카·페루 등 남미계 청년들을 보건이나 민간 프로그램 참가 명목으로 위장해 쿠바에 입국시켰다고 전했다. 국제개발처는 워싱턴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어소시에이츠 인터내셔널’(이하 크리에이티브)이란 회사와 계약을 맺고 비밀 작업을 진행했다. 이 통신은 단독 입수한 자료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련자들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코스타리카 출신인 페르난도 무리요(29)는 2010년 4월 ‘에이즈 예방 워크숍’ 행사 참석 명목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에 들어갔는데, 실제 목적은 반정부 성향을 가진 쿠바 청년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쪽에 48시간 보고를 해야 했으며 은어를 사용하도록 지시받았다. 예컨대, ‘머리가 아프다’는 말은 쿠바인들이 본인을 의심하니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무리요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60명이 참석했다. 에이피 통신은 “행사는 에이즈 예방법을 교육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무리요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숨은 의도는 이들을 조직화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무리요는 크리에이티브에 보낸 6쪽짜리 보고서에서 이 행사에 대해 “이면의 주제를 다룰 완벽한 구실”이라고 적었으며, “사회변혁을 위한 자발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또다른 목적이라고 썼다.
이런 방식으로 쿠바에 파견된 남미계 청년들은 이 통신사가 확인한 것만 최소 12명이다. 베네수엘라와 페루 출신 청년들의 주 활동무대는 쿠바의 대학 캠퍼스였다. 베네수엘라 팀은 두 도시의 대학에서 반정부 성향을 지닌 학생들을 만났다면서 이들을 “목표 그룹”이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이름과 리더십, 자질 등을 목록으로 만들어 크리에이티브 쪽에 보냈다.
그러나 이른바 ‘여행객 프로그램’(travelers program)이라고 불린 이 비밀스런 계획은 흠결 투성이었다. 무리요의 경우 행사에 참가한 한 쿠바 경찰관이 그에게 행사의 자금원이 어디인지 캐물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 비밀요원은 쿠바 정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을 고작 30분간의 세미나를 통해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또 이 프로그램에 관여한 남미계 청년들은 시간당 5.41달러의 낮은 임금을 받았다.
크리에이티브 쪽은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10년 9월부터는 방식을 바꿨다. 남미계 청년들을 쿠바에 직접 보내 쿠바 청년들을 ‘포섭’하는 방식 대신에 쿠바 청년들을 외국으로 불러 교육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크리에이티브 쪽은 이를 도와주는 쿠바 내 사람들에게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개발처가 이른바 ‘쿠바용 트위터’에 관여했던 사실도 올해 4월 드러난 바 있다. 국제개발처는 이 프로젝트도 크리에이티브와 계약해 진행했다. 이 사건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트위터를 이용해 쿠바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정부 성향의 네트워크를 조직하려고 한 프로젝트를 말한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이 트위터 사용자는 4만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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