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렛 아니스코프 미국 백악관 공공관여국장(뒷줄 왼쪽)이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앞줄 왼쪽), 강일출 할머니(앞줄 오른쪽)를 만난 뒤 기념촬영한 사진을 4일 트위터에 올렸다.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 주선…성사
지난달 말 이옥선·강일출 할머니
“우린 곧 죽어…살아있을때 해결돼야”
사연 전하며 미국 정부 지원 요청
미 행정부 대일 행보 변화할지 주목
미국내 7번째 위안부 기림비 제막도
지난달 말 이옥선·강일출 할머니
“우린 곧 죽어…살아있을때 해결돼야”
사연 전하며 미국 정부 지원 요청
미 행정부 대일 행보 변화할지 주목
미국내 7번째 위안부 기림비 제막도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인 이옥선(87)·강일출(86) 할머니를 지난달 말 면담한 것으로 4일(현지시각)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미국 행정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재미동포 권익옹호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의 주선으로 면담이 성사됐다”며 “할머니들이 30일엔 백악관, 31일엔 국무부 관리들과 각각 2시간 이상씩 만났다”고 말했다. 백악관에선 폴레트 아리스코프 공공관여국장이, 국무부에선 동아시아·태평양국 한국과 및 일본과 관리가 나왔다. 우리 쪽에선 두 할머니와 김 상임이사, 통역자 등이 참석했다.
두 할머니는 미국 관리들에게 “우리는 곧 죽는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위안부 문제가 해결이 돼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며 미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위안부로 끌려갔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상세히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리스코프 국장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으며 깊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4일 트위터에 두 할머니와 찍은 사진과 함께 “지난주 두 용감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적었다.
이번 만남은 미국 연방 하원이 올해 1월 미국 국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일본 정부가 2007년 하원 ‘위안부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라고 촉구하는 조항을 세출법안에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국무부가 나서지 않자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위안부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총리가 공식성명을 통해 사과할 것 △일본 전후세대에 교육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위안부 결의안 통과 7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콘퍼런스’에 상·하원 외교위원장 등 의회 거물들이 참석하자 미국 행정부로서도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며 “이번 면담은 미국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진지하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쪽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만남을 가질 뜻도 내비쳤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 쪽을 지지해왔으나,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서 중재역을 맡지는 않았다.
한편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의 리버티플라자에 미국에서 7번째 위안부 기림비가 4일 세워졌다. 이곳은 뉴욕 맨해튼으로 향하는 관문인 링컨터널 근처에 있다. 제막식에는 이옥선·강일출 할머니와 브라이언 스택 유니언시티 시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한인 사회가 아닌 미국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세워진 기림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스택 시장은 인사말에서 “위안부 문제는 인권과 후손에 대한 교육의 문제”라며 “우리가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인식하고, 이를 더 많이 후손에게 가르칠수록 문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는 살아남았으니 얘기할 수 있지만, 먼저 간 사람들은 얼마나 한을 품고 갔겠는가”라며 “명예회복을 위해 이 먼 곳을 찾아왔으니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에이피(AP)통신, 중국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등 다수의 외신도 이날 취재에 나섰다. 이로써 미국에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 파크, 뉴욕주 롱아일랜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등 2곳,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에 이어 7번째 기림비가 세워졌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오른쪽), 강일출(오른쪽 셋째) 할머니가 4일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 앞에 서 있다. 유니언시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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