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법 개정…윤 일병 사건에 시사점
미국 하원이 올 상반기에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 근절 대책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등 군내 내 가혹행위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이 지난 5월 말 통과시킨 내년도 국방수권법은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hazing)의 정의를 재규정하고, 회계감사원과 각 군 지휘부에 정밀 실태조사와 함께 관련 대책을 수립해 의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방수권법은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를 소속 부대나 계급에 상관없이 ‘군의 동료에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가학적이고 수치심을 주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제3자에게 이런 행동을 하도록 요청하거나 강요하는 것도 집단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집단 가혹행위는 신체적 접촉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언어적 또는 심리적으로 가해하는 경우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하원은 집단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집단 가혹행위를 당할 경우 피해자 또는 목격자가 익명으로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화통화 서비스를 개설하도록 했다.
또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회계감사원이 1년 이내에 각 군과 사관학교, 교육·훈련기관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가혹행위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다. 미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 각 군도 6개월 이내에 관련 실태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 조항이 국방수권법에 명기된 것은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해리 루 상병이 가혹행위를 못이겨 자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병사는 한밤중에 불려나가 구덩이를 파고, 방탄복을 착용하고 11㎏짜리 모래자루를 지닌 채 훈련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또 동료 부대원들이 그의 등을 짓밟고 구타했으며, 나중에는 모래자루의 내용물을 그의 얼굴과 입에 부었다. 이 병사는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 가혹행위가 끝난 직후 자신의 총으로 자살했다.
민주당의 주디 추 의원은 자신의 조카인 루 상병이 사망하자 입법활동에 나섰다. 추 의원은 2013년 국방수권법에 처음으로 집단 가혹행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방부와 육·해·공군이 가혹행위와 관련한 보고를 의회에 하도록 했다. 그러나 각 부대의 보고가 부실하자 올해는 회계감사원까지 실태조사에 참여토록 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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