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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은 왜 1979년을 기억해야 하는가

등록 2014-09-04 20:58

국제정세가 난마처럼 얽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진다. 2일(현지시각) 유럽 순방을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향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있다. AP 연합뉴스
국제정세가 난마처럼 얽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진다. 2일(현지시각) 유럽 순방을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향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있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금의 국제정세는 1979년에 비견된다. 그해 1월1일 중국과 미국은 수교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란에서는 이슬람혁명이 일어났다.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이란의 팔레비 샤 체제가 무너졌다. 또 아프가니스탄에 소련이 침공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냉전 질서를 붕괴시키는 시작이 됐다. 냉전이 붕괴된 공백에는 이슬람권 분쟁이 대신 자리잡고, 소련의 자리를 중국이 물려받을 줄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올해 2014년 새해는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시작됐다. 곧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합병됐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세력들은 분리독립 투쟁을 위한 내전에 들어갔다. 중동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등장했다. 중동의 한가운데인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모든 무슬림들의 공동체인 ‘칼리프 국가’를 자칭한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세적 진출을 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석유시추를 강행했다. 중국은 우경화와 군사력 확대를 추진하는 아베 신조 일본 정권과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1979년과 2014년의 국제정세는 공통점과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이 조성하는 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은 공통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 등 서방은 이슬람주의 세력의 위협을 평가하지 못했고, 지금은 절박한 위협으로 수용하고 있다.

둘째, 소련과 러시아의 위협도 공통점이다. 1979년 소련은 아프간을 침공해, 중동의 걸프지역까지 넘보는 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전후 동서 세력의 세력권을 암묵적으로 합의한 얄타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행동이었다. 2014년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포스트 냉전’ 시대의 상징인 러시아의 현재 국경을 바꾸려 하고 있다.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이어 동부 우크라이나도 분리독립시키려 한다.

셋째, 1979년 미국과 중국은 소련을 포위하려고 협력했다. 2014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맞서려고 협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숙원인 가스공급협정을 타결하는 등 화해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위기를 소련 포위와 압박 전략으로 돌파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들끓던 이슬람주의 세력들을 아프간으로 끌어들여, 이슬람주의 압력을 소련으로 돌리며 패퇴시켰다. 이는 소련 붕괴로 이어지며 90년대 이후 미국의 단일 슈퍼파워 시대를 한때나마 개막하게 했다.

현재 미국은 1979년에 비해 고립됐다. 그때와는 달리 이슬람주의 세력의 압력을 회피할 곳이 없다. 미국은 군사개입을 할 여력도 의지도 없고, 중동 역내 국가들은 분열되어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하지만 당장의 위협인 이슬람국가와 러시아는 따지고 보면 취약한 세력이다. 이슬람국가는 역내 중동의 모든 국가가 원치 않는 세력이다. 러시아 역시 그 경제력과 군사력은 가스와 석유 값에 기댄 허장성세일 뿐이다.

미국은 1979년 위기를 미-중 공조로 돌파한 것과 같은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련 붕괴 전략을 기초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과 지위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CFR) 의장은 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해서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라는 차악을 선택하는 데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은 그런 역량과 의지가 있을까?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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