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까지역 폭격 ‘아랍 5국’ 동참
국제법·미 국내법 위반 논란
국제법·미 국내법 위반 논란
미국이 22일 밤(한국시각 23일 오전) 아랍 5개국과 공동으로 시리아 내에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연계 그룹의 근거지를 전격 공습했다. 3년6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기를 꺼렸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결국 내전에 직접 뛰어든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전 종전을 내걸고 당선됐으나, 공약을 뒤집은 것은 물론 새로운 중동전쟁의 서막을 올린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군과 파트너 국가들의 군대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를 겨냥해 첫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번 공습에 전투기와 폭격기, 토마호크 미사일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장갑차 등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였던 데 견줘, 훨씬 광범위한 작전을 시작했음을 뜻한다.
공습은 이슬람국가의 수도 격인 시리아 북부 락까와 이라크와의 접경 지역, 알카에다와 연계된 ‘호라산 그룹’의 근거지인 알레포에 집중됐다. 공습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아랍에미리트·요르단·카타르 등 중동 5개국이 동참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 국가의 참여는 이번 작전의 정당성과 병참지원 확보에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부군사령부는 23일 성명을 내 이슬람국가의 훈련소와 무기저장소, 금융센터, 무장 차량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코앞에 두고 단행된 미국의 공습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미국 국내법에도 저촉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법은 안보리의 승인을 받거나,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는 자위권에 해당하거나, 해당국의 요청이 있어야 타국에 대한 무력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공습은 이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미국 국내법과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는 9·11테러 직후 알카에다에 대한 공격을 승인한 ‘2001년 무력사용권한’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국가는 알카에다와 결별한 상태다.
미국의 전격적인 공습은 외교정책에서 유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판세에 영향을 끼치려는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 지상군 투입 없이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5000여명의 시리아 온건 반군을 훈련시켜 지상작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투원이 3만명이 넘는 이슬람국가를 무찌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하는 상황에 몰리고, 이번 전쟁이 차기 행정부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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