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모습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숙소에다
미 대통령·고위관료 자주 묵어
도청·해킹 우려에 재계약 여부 검토
미 대통령·고위관료 자주 묵어
도청·해킹 우려에 재계약 여부 검토
미국 정부가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최근 중국계 보험회사에 팔린 것과 관련해 보안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 호텔은 평소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숙소가 있는 데다 유엔총회 때 미국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며칠씩 묵는 곳이라 중국의 도청 및 사이버 염탐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이피>는 지난 6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매각이 발표된 이후 중국 안방보험그룹 쪽이 대규모 리노베이션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도청 장치 등이 설치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커티스 쿠퍼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현재 매각의 세부사항과 (중국계) 회사의 장기 시설 이용안을 검토 중”이라며, 보안 문제 등 정부의 필요와 비용을 감안해 미국 정부의 객실 임대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50년 이상 이 호텔 42층에 유엔 주재 대사 숙소를 마련했고, 매년 9월 유엔총회 기간에는 아예 2개 층을 통째로 임대해 워싱턴에서 몰려 오는 수백 명의 외교관을 위한 본부로 활용해 왔다.
쿠퍼 대변인은 “국무부는 직원, 업무 공간, 관사의 보안을 매우 중시한다”며 “우리의 정보 및 인사에 대한 안전과 보안을 확실히 하기 위해 보안 프로토콜과 관련 예규를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 내 자국 외교관들에게 물리적 및 전자 감시 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으며 미국 시민도 호텔에 묵을 경우 비슷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현재 미 국무부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객실 임대 계약은 내년까지로 1년 혹은 2년 단위로 갱신될 수 있다. 국무부는 유엔 대사 숙소의 필요 요건으로 적절한 주택과 접대 공간, 보안, 유엔본부와 근접성 등을 들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이 조건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해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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