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예일 등 규정 마련 나서
기본권 침해 등 놓고 찬반논쟁
여대생 5명중 1명꼴 피해 경험
교육부 ‘대학 블랙리스트’ 작성
기본권 침해 등 놓고 찬반논쟁
여대생 5명중 1명꼴 피해 경험
교육부 ‘대학 블랙리스트’ 작성
미국 대학 내 성폭력 방지대책을 놓고 미국 대학가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전·현직 교수 28명은 지난달 학교가 시행하기 시작한 성범죄 방지대책을 비판하고 일부 규정의 철회를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시행하기로 한 성폭력 방지책은 공정성과 적법절차라는 기본 요소를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새 규정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는 지난 7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학 차원의 조사국을 두고 관련 사건들을 다루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성범죄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반대되는 증거보다 많으면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법학자들은 이런 규정이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학 교수들의 우려가 이미 현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시사잡지 <더 뉴 리퍼블릭>은 현재 진행 중인 20건의 소송을 인용해 실제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많은 학생들이 기본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학 내 성폭력과의 전쟁’은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깃발을 들며 시작됐다. 미국 여대생 5명 중 1명꼴로 한번 이상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고, 백악관이 발표한 통계에는 피해자의 신고율이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에 만연한 성폭력 범죄와 이를 묵인한 대학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하며 전담팀을 꾸렸다. 교육부는 성범죄 사건을 연방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55개 대학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사에 나섰고, 이 숫자는 77곳으로 늘어난 상태다.
대학들도 성폭력 방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프린스턴대는 지난달 15일 교수 투표를 통해 관련 교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프린스턴대는 그동안 일반적 법 적용 기준을 따라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뒷받침할 때만 성폭력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하버드대 등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뒤를 이어 성폭력 범죄 인정 폭을 더 넓히기로 했다.
예일대는 지난달 성폭력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냈다. 16명의 가상인물을 세워 상황극을 꾸미고 어떤 경우에 성폭력이 되는지, 그에 따른 처벌 수위는 어떤지를 자세히 적었다. ‘제이미와 캐머런은 파티에 있다. 댄스홀은 붐비고 이들은 자주 몸을 밀착하는 상황이다. 나중에 제이미는 복도에서 마주친 캐머런을 보고 웃었다. 캐머런은 이제 취한 상황이며 화장실로 들어가는 제이미를 따라들어가 성관계를 강제했다. 이럴 경우에는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제명에 해당한다’는 식이다. 앞서 듀크대에서 효과를 본 방법이었다. 예일대 성폭력방지 모임의 에마 골드버그는 “우리는 지금껏 성폭력을 가했을 때 어떤 징계를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새 가이드라인을 환영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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