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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소득·부 불평등, 100년만에 최고 수준”

등록 2014-10-19 18:13수정 2014-10-19 20:50

금융위기 이후 2011년 10월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시위대들이 ‘탐욕’과 ‘그릇된 우상’이라고 적힌 황금소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10월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시위대들이 ‘탐욕’과 ‘그릇된 우상’이라고 적힌 황금소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옐런 “불평등 확대 추세” 경고 눈길
6천가구 1989~2013년 가계수지 조사
부·빈곤 대물림 현상 심각한 수준
연준, ‘정부가 교육 등 분배정책’ 조언
재닛 옐런(58·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미국의 소득·부 불평등이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으며, 19세기 이래 가장 오래도록 계속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각) 보스턴 연준이 개최한 ‘경제기회와 불평등’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불평등 정도와 불평등의 지속적 확대 추세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의장이 경기 상황이나 통화정책이 아닌 불평등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과거 연준 의장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옐런 의장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빈부격차가 경제 건전성을 해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옐런 의장은 빈부격차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상류층이 부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출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좁혀졌으나, 최근 경기회복에 따라 다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지난 100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으며, 미국 역사상의 대부분 기간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
그는 대다수 가정의 전반적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불평등이 커지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은 대부분 가정의 생활수준이 정체하거나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6000가구를 대상으로 1989~2013년 사이 가계수지를 조사한 결과, 상위 5% 가구의 소득(인플레 조정 후)은 38%나 증가했으나 나머지 95% 가구는 10% 이하로 증가해 상위층으로의 소득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부의 불평등은 더 심해서, 상위 5%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1989년 54%에서 2013년 63%로 증가한 반면, 하위 50% 가구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3%에서 1%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는 “부와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해 미국의 계층 이동성이 다른 선진국에 견줘 낮다”며 “이런 상황이 기회의 균등이라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양립하는지 묻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빈부격차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연설에서는 현상 진단에만 그치고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추가적인 논의를 위한 사실적 근거들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계층 상승의 기회에 접근하는 중요한 원천으로 조기 교육, 고등 교육, 창업, 유산 등 4가지를 꼽으면서 이 4가지의 분배도 불균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 4가지 원천이 각 계층에 고루 분배되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기 교육을 위한 공공 투자가 늘지 않았으며, 대학 등록금 인상으로 고등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연준의 양적완화·제로금리 정책이 주식 같은 자산가격의 상승을 부추김으로써 결과적으로 빈부격차 심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옐런 의장이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늘리려는 노력을 넘어서, 중앙은행이 경제 불평등과 관련된 논쟁을 자극하는 연구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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