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무기업체 중 7곳이 미국
9·11 계기로 국방예산 2배로 늘어나
그중 20% 이상이 방산업체 몫
게다가 수년전부터 아태지역 ‘봉’
전세계 무기수입 절반이나 차지
미 방산업체 돈방석…주가도 최고
9·11 계기로 국방예산 2배로 늘어나
그중 20% 이상이 방산업체 몫
게다가 수년전부터 아태지역 ‘봉’
전세계 무기수입 절반이나 차지
미 방산업체 돈방석…주가도 최고
전쟁이 일어나거나 국가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 슬며시 미소짓는 곳들이 있다. 바로 무기를 팔아먹는 방위산업체들이다. 지난달 23일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시리아로 확대했을 때 동원됐던 전투기 F-22 랩터와 토마호크 미사일에는 각각 미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미국 3위이자 세계 4위인 레이시온의 브랜드가 찍혀 있다.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중-일 갈등, 한반도 긴장 등을 빌미로 미국이 동아시아에 집중 배치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무기들도 모두 록히드마틴·레이시온·보잉 등 미국 방산업체들이 만든 것들이다.
미국은 세계 10대 방산업체 가운데 7곳, 100대 방산업체 중 42곳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무기산업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냉전 시절 호황을 누리다가 냉전 종결 이후 쇠락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다시 부흥기를 맞았다. 미국이 국방예산을 2001년 이후 10년 만에 갑절 이상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2000년 2933억달러에서 2010년 6910억달러로 무려 136%나 폭증했다가 소폭 감소 추세에 있다. 국방예산 가운데 5분의 1 이상은 방산업체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국방예산이 증가하면서 방산업체들의 매출과 이익이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정부가 국방예산 삭감에 나서면서 한때 긴장했다. 2013년부터 단행된 이른바 ‘시퀘스터’(정부 예산 자동삭감) 조처로 국방예산이 10년간 5000억달러 깎이는 탓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새로운 수요처들이 나타나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아시아와 중동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몇년 전부터 세계 최대 군비 증강 지역으로 등장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올해 3월 보고서에서 아·태 지역은 2004~2008년과 2009~2013년 사이에 무기 수입액이 34%나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중 전세계 무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서 47%로 늘어나, 전세계 무기 수입의 절반을 이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동북아·동남아가 아·태 지역 무기 수입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연구소는 한반도와 관련해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자체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에 남한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현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미국 항공·국방 책임자 스콧 톰슨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미국 무기 수출이 2006년부터 2012년 사이에 2.7배나 증가했다”며 “이 기간 중 무기 수출 증가의 많은 부분이 아시아와 중동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 우려 및 남북한 긴장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9·11 테러 이후 미국 국방예산 폭증과 외국의 무기 수입 증가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 록히드마틴·보잉·레이시온·제너럴다이내믹스·노스럽그러먼 등 미국 5대 군수업체들의 무기 판매액은 2000년 588억달러에서 2012년 1264억5000만달러로 11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익은 32억5900만달러에서 101억9100만달러로 212%나 늘었다. 이런 실적 덕분에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노스럽그러먼은 올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쟁과 국가간 긴장 고조로 방산업체들이 미소짓는 이유는 이런 실적으로 확인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