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갈루치(왼쪽), 스티븐 보즈워스(오른쪽)
갈루치 전 특사 등 미국 협상팀
북-미 기본합의서 체결 20돌 회동
“북, 핵·미사일 능력 강화되면서
동북아 전략적 균형 바꾸고 있어”
북핵문제 방치 오바마정부 비판
북-미 기본합의서 체결 20돌 회동
“북, 핵·미사일 능력 강화되면서
동북아 전략적 균형 바꾸고 있어”
북핵문제 방치 오바마정부 비판
북-미 기본합의서(제네바합의) 체결 20주년을 맞아 당시 미국의 북핵 협상팀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로버트 갈루치 당시 북핵특사를 필두로 한 협상팀 대부분은 사실상 북핵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1994년 10월21일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이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한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회장 스티븐 보즈워스)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갈루치 전 특사(현 맥아더재단 이사장)는 “부시 행정부 때인 2002년 제네바합의가 파기되면서 미국은 북한의 상황을 관리할 장치를 잃어버렸다”며 “1994년에 우리는 북한을 잘 몰랐고, 20년 뒤인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지만 나는 그때처럼 북한을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강화되면서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바꾸고 있는 점, 남북한 사이의 작은 충돌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 등을 거론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대화를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합의로 탄생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 첫 사무총장을 맡았던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대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어떤 시점에서는 더이상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그때 북한을 다루는 것은 정치적·물리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기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 강경노선을 주도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특별보좌관도 이날 대화론에 힘을 실었다. 제네바합의 당시 국무부 부차관보로 협상에 관여했던 그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확실하다면, 제한적인 협상을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1994년 국무부에서 비확산 문제를 담당하고, 1기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조정관을 지냈던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대 과학국제문제벨퍼센터 사무총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이 여러 차례 실패로 귀결되면서 백악관에서는 다시 협상을 하더라도 북한한테서 얻을 게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북한이 영변 외의 모든 우라늄 프로그램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으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네바합의 때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알았지만, 지금은 영변 외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국무부 관리였던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초빙교수는 정보당국과 국무부가 지난 20년간 북한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4년에도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제네바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반면에 국무부는 아마도 동의할 것이라고 봤다”며 “이것이 바로 북한과의 관여가 왜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북한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 정보당국한테서 받는 것보다 더 나은 기회의 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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