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26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오른쪽)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재선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51.6% 득표로 우파 후보 눌러
노동자당, 16년 집권 이어가
“우리들의 대통령 룰라에게 감사”
빈곤층 지원 등 정책 지속 뜻
지역·계층갈등 심화 치유 과제
노동자당, 16년 집권 이어가
“우리들의 대통령 룰라에게 감사”
빈곤층 지원 등 정책 지속 뜻
지역·계층갈등 심화 치유 과제
남미 최대 국가이자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인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66)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26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노동자당 후보인 호세프 대통령이 유효표의 51.6%를 얻어 당선했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중도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아에시우 네비스(54)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지지율 격차를 바짝 좁히며 추격했으나 48.4% 득표에 그쳤다.
이로써 브라질 노동자당은 2002년 금속노동자 출신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네 차례의 대선을 모두 이기며 16년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노동자당이 추진해온 정부의 시장 개입, 실업 해소와 빈곤층 지원을 뼈대로 한 복지정책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차이를 키우고 간극을 넓히는 게 아니라 브라질의 미래를 위해 단결하자”며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나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리들의 ‘넘버 원’ 대통령인 시우바 룰라에게 감사한다”고도 했다. 아슬아슬했던 이번 당선이 룰라 전 대통령의 업적과 후광에 힘입었음을 고백하고 집권 2기에도 ‘룰라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자당 지지자들은 “올레, 올레, 지우마, 지우마!”를 외치며 춤추고 환호했다.
이번 선거는 정치개혁과 사회·경제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는 브라질의 계층 및 지역 갈등을 민낯으로 드러내보였다. 호세프 2기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호세프는 빈곤 구제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이 많은 북부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부유층과 신흥 중산층이 밀집한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등 대도시와 남부 지역 유권자들은 경기 침체와 부패 스캔들에 고개를 돌리며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
노동자당 집권 12년 동안 수백만명의 극빈층이 빈곤을 탈피했고,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 0.56에서 0.49로 개선됐다. 그러나 브라질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기업과 금융자본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노골적인 혐오감을 보여왔다. 부정부패 의혹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야권은 집권 노동자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뇌물을 받고 돈세탁을 했으며 호세프는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호세프 진영은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지사인 네비스가 자신의 가족 소유인 땅에 공항을 건설하고, 친인척을 공직에 앉혔으며, 자신의 부인을 폭행한 전력이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에이피>(AP) 통신은 브라질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유령’ 아니면 ‘괴물’ 가운데 차악을 뽑아야 할 처지라고 풍자한 바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네비스 후보 진영을 ‘과거의 유령들’이라고 몰아붙인 반면, 네비스 후보는 호세프 대통령 정부를 “현재의 괴물들”이라고 맞받았기 때문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동안 인구 2억명의 자원 부국이자 신흥 경제대국인 브라질이 ‘유령’이나 ‘괴물’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강대국’임을 증명할 책임을 지게 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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