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4일(현지시각)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임기 2년을 남겨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면서 미국 정치지형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새벽 5시 집계 결과를 보면, 공화당은 현재 45석인 상원(총 100석)에서 7석 이상을 추가해 최소 52석을 확보했다. 하원(435석)에서도 13석을 추가해 242석 이상을 확보했으며, 플로리다 등 주요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공화당은 2006년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넘겨줬으나 2010년 하원을 되찾은 데 이어 이번에 상원까지 장악하게 됐다. 이로써 미국은 앞으로 2년간 백악관은 민주당이, 의회는 공화당이 차지하는 ‘분점 정부’ 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된다.
이번 승리로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된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은 승리 연설에서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갈 때다. 우리는 워싱턴에서 실질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과 리더십 부족을 집중 공격하면서 민심을 파고들었다.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 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돌아가면서 대다수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한데다,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장과 에볼라 공포 등 국제적 위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점도 민주당이 참패한 요인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공화당이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과 대통령에 대한 분노에 힘입어 노스캐롤라이나·콜로라도 등 경합주에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대북정책을 지속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화당은 올해 7월 하원이 통과시킨 북한 제재 법안을 상원에도 상정해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대북 제재를 강화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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