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강의실 10곳 몰래 촬영
출석률 연구용…“감시” 비판도
출석률 연구용…“감시” 비판도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학생들이 수개월 동안 몰래 촬영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는 출석 관련 연구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학교 계정 전자우편 해킹 사건’에 이어 대학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버드대의 ‘몰카’ 사건은 지난 4일 교수회의에서 해리 루이스 컴퓨터공학과 교수의 폭로로 알려졌다. 루이스는 2명의 동료한테서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또 드류 파우스트 총장한테 당사자들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라고 요구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교내 전문가에게 사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지난 봄학기에 하버드대 강의실 10곳에서 2000여명의 학생들이 몰래 촬영당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어떤 강의실이 촬영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학생 모두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몰래 촬영’은 피터 볼 학습개발원 부학장이 승인한 것이다. 볼은 학내의 자기주도 학습 연구자들이 지난 봄 학생들의 수업 출석률을 가늠하기 위해 강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설치된 카메라들은 1분마다 강의실 모습을 찍었는데, 강의 중 들고 나간 학생수를 자동적으로 계산하는 프로그램으로 연결됐다. 볼은 학내 심의기구에 인권침해 가능성을 문의했으나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 해당 교수들과 만나 관련 사실을 알렸고, 교수들이 연구 자료 활용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도·감청에 해당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피터 버가드 독일어과 교수는 “어떻게 염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명한 감시행위”라고 말했다. 재학생 브랫 비벌버그는 “학교가 하버드 구성원의 개인정보보호 중요성을 강조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또 감시가 이뤄졌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학술적 목적으로 이뤄진 촬영을 감시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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