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청년 사살한 백인경찰, 대배심 불기소 결정 파장
시위대, 경찰차 공격·건물 방화
사건 발생 8월 시위보다 더 격렬
제2 ‘로드니 킹 사건’ 비화 우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24일(현지시각) 흑인 청년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소도시 퍼거슨이 또다시 전쟁터 같은 상황으로 돌변했다. 분노한 시위대가 상점 약탈은 물론 경찰차와 건물들에 방화를 하는 등 지난 8월 시위 때보다 더 격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매컬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이날 밤 8시2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8월 초 퍼거슨시에서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해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대배심은 백인 9명, 흑인 3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됐으며 윌슨을 기소하려면 9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매컬로 검사는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브라운 가족은 즉각 “매우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퍼거슨경찰서 밖에서 이 소식을 들은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은 경찰들을 향해 “당신들이 잘못했다는 걸 당신들은 알고 있다”고 소리쳤다. <시엔엔>(CNN) 방송 등을 보면, 시위대는 처음엔 평온한 듯 보였으나 소규모 시위대가 경찰차를 공격하면서 점차 격렬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시위는 퍼거슨경찰서와 함께, 브라운이 숨진 인근 거리인 웨스트 플로리선트 두 곳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경찰차와 약국·자동차부품판매소·창고 등 10여채 건물들이 불에 타면서 시뻘건 화염이 밤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소방차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과 함께 타오른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웨스트 플로리선트 거리에선 8월에 약탈당했던 상점들이 또다시 약탈당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용용품점과 자동차부품판매소 등 상점들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쳐갔다.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을 쏘면서 진압에 나섰으며, 시위대는 유리병과 돌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시위는 자정을 넘기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60여명을 체포했다.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으나, 대체로 평화적이었다. 매컬로 검사는 대배심이 목격자 60여명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했으며 목격자들의 증언은 일관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 직후 일부 목격자들이 브라운이 손을 들어올려 항복 표시를 했는데도 윌슨이 총을 쐈다고 증언했으나, 브라운이 손을 높이 올리지 않고 잠깐 올렸다가 내렸다는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차 안에서 브라운이 윌슨과 몸싸움을 벌여 브라운의 핏자국이 총에 묻어 있는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이 매우 공격적이어서 윌슨이 방어 차원에서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인종 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뤘으나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평화적 시위와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과 대배심에 대한 퍼거슨 시민들의 불신이 워낙 커 시위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1991년 로드니 킹 사건 때처럼 대규모 피해를 우려하기도 한다. 로드니 킹 사건이란 로스앤젤레스에서 과속으로 운전하다 도주하던 흑인을 백인 경찰이 무차별 폭행했으나 백인이 다수였던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리자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50여명이 숨진 사건을 말한다. 다행히 이번 시위로 인한 재미동포들의 피해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시카고총영사관 부총영사는 “정확한 피해 상황은 25일 아침이 돼 봐야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사건 발생 8월 시위보다 더 격렬
제2 ‘로드니 킹 사건’ 비화 우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24일(현지시각) 흑인 청년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소도시 퍼거슨이 또다시 전쟁터 같은 상황으로 돌변했다. 분노한 시위대가 상점 약탈은 물론 경찰차와 건물들에 방화를 하는 등 지난 8월 시위 때보다 더 격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매컬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이날 밤 8시2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8월 초 퍼거슨시에서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해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대배심은 백인 9명, 흑인 3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됐으며 윌슨을 기소하려면 9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매컬로 검사는 구체적인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브라운 가족은 즉각 “매우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퍼거슨경찰서 밖에서 이 소식을 들은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은 경찰들을 향해 “당신들이 잘못했다는 걸 당신들은 알고 있다”고 소리쳤다. <시엔엔>(CNN) 방송 등을 보면, 시위대는 처음엔 평온한 듯 보였으나 소규모 시위대가 경찰차를 공격하면서 점차 격렬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시위는 퍼거슨경찰서와 함께, 브라운이 숨진 인근 거리인 웨스트 플로리선트 두 곳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경찰차와 약국·자동차부품판매소·창고 등 10여채 건물들이 불에 타면서 시뻘건 화염이 밤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소방차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과 함께 타오른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웨스트 플로리선트 거리에선 8월에 약탈당했던 상점들이 또다시 약탈당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용용품점과 자동차부품판매소 등 상점들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쳐갔다.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을 쏘면서 진압에 나섰으며, 시위대는 유리병과 돌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시위는 자정을 넘기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60여명을 체포했다.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으나, 대체로 평화적이었다. 매컬로 검사는 대배심이 목격자 60여명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했으며 목격자들의 증언은 일관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 직후 일부 목격자들이 브라운이 손을 들어올려 항복 표시를 했는데도 윌슨이 총을 쐈다고 증언했으나, 브라운이 손을 높이 올리지 않고 잠깐 올렸다가 내렸다는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찰차 안에서 브라운이 윌슨과 몸싸움을 벌여 브라운의 핏자국이 총에 묻어 있는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이 매우 공격적이어서 윌슨이 방어 차원에서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인종 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뤘으나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평화적 시위와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과 대배심에 대한 퍼거슨 시민들의 불신이 워낙 커 시위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1991년 로드니 킹 사건 때처럼 대규모 피해를 우려하기도 한다. 로드니 킹 사건이란 로스앤젤레스에서 과속으로 운전하다 도주하던 흑인을 백인 경찰이 무차별 폭행했으나 백인이 다수였던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리자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50여명이 숨진 사건을 말한다. 다행히 이번 시위로 인한 재미동포들의 피해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시카고총영사관 부총영사는 “정확한 피해 상황은 25일 아침이 돼 봐야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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