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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초동수사 통상절차 어겨…경관 신문 녹취도 안해

등록 2014-11-26 19:55수정 2014-11-26 22:26

‘흑인 사살’ 사건처리 의문 투성이

숨진 브라운 유족 “심의·증언 편파적”
검사, 기소 의견 없이 자료만 제출
반대신문 없이 경관에 우호적 질문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청년의 유족이 백인 경관의 불기소 결정을 내린 대배심의 조사가 애초 불공정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경찰이 초동 수사단계에서 통상적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정황들이 드러나며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숨진 마이클 브라운(18) 유족의 변호사 앤서니 그레이는 25일 기자회견에서 “대배심의 결정은 증거 제공자(검사)들의 감정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내용이었다”며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 위해 증거를 제시하면 불기소 결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불기소 결정과 함께 공개된 방대한 심의·증언 자료는 이번 사건이 편파적으로 처리됐다는 의심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에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의 로버트 매컬러 검사가 있다. 매컬러 검사는 특별검사를 임명해달라는 브라운 유족의 요구를 거부했다. 유족의 반대에도 대배심을 소집한 뒤, 이례적으로 대배심에 모든 증인과 증거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검사는 직접 사건을 수사해 대배심에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뒤 판단을 구하는 데 반해, 매컬러 검사는 법률 비전문가인 대배심 참가자들에게 방대한 자료를 풀어놓고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매컬러 검사가 ‘경찰 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그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유족은 매컬러 검사의 교체를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배심 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런 윌슨(28) 경관이 4시간에 걸쳐 증언을 한 뒤 반대신문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윌슨의 증언은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였다. 공개된 대배심 자료를 보면, 검사는 목격자의 증언이 윌슨 경관의 증언과 맞지 않을 때 오히려 목격자를 상대로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반면, 혐의를 받고 있는 윌슨 경관에게는 부드러운 질문으로 일관했다. 어떤 경우에는 검사의 질문이 윌슨 경관의 정당방위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윌슨이 브라운을 사살한 직후 퍼거슨 경찰이 초동 수사단계에서 통상 절차에 따르지 않은 정황도 도마에 올랐다. 공개된 대배심 자료를 보면, 경찰은 윌슨이 브라운을 사살한 뒤 동행자 없이 경찰차를 운전해 혼자 경찰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윌슨은 곧바로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씻어냈는데, 증거사진도 찍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당시 경찰서에 사진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 뒤 윌슨이 브라운한테 맞아 생겼다는 얼굴 상처 사진도 경찰이 아닌 사설탐정이 찍었다.

퍼거슨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은 윌슨의 신문 과정을 녹취하지 않았다. 윌슨이 경찰서에 도착해 손을 씻고 나서 자신의 권총을 증거물 봉투에 직접 담아 봉인한 것도 역시 통상적인 절차와 어긋났다.

이에 더해 사건 현장을 담당했던 25년 경력의 베테랑 의학검시관은 현장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았다. “사진기 배터리가 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쐈을 때 남는 화약 성분을 채집하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부검에서 화약 성분이 확인됐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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