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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경찰 총에 사망할 확률, 흑인 청소년이 백인의 21배

등록 2014-11-27 19:56수정 2014-11-27 20:48

26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경찰서 맞은 편에서 두 명의 여성이 눈보라 속에서도 흑인 청년을 총격 사살한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퍼거슨/연합뉴스
26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경찰서 맞은 편에서 두 명의 여성이 눈보라 속에서도 흑인 청년을 총격 사살한 백인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퍼거슨/연합뉴스
‘퍼거슨 판결’로 불거진 인종갈등
미 사법시스템 ‘흑백차별’ 달라진 게 없다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찰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계기로 미국 사법제도의 흑인 차별 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1964년 민권법 제정 이후 흑백 차별을 없애려는 미국 사회의 노력이 진전을 이루긴 했지만, 경찰력 집행과 재판 관행 분야에선 진전이 더뎌 흑인들의 불신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허핑턴 포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4∼17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흑인 응답자 중 64%가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백인 응답자 중 윌슨의 처벌을 원한 사람은 22%로 흑인 응답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사법 분야에 관한 흑백 인식 격차는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때와 비교해도 달라진 게 거의 없거나 오히려 악화됐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흑인 운전사를 폭행한 백인 경찰들에 대한 무죄 평결에 대해 흑인들의 92%가 반대했으나, 백인의 반대 비율은 64%로 훨씬 낮았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수십년간의 법률 개정과 법원 판결 결과로 두 인종이 지금은 함께 일하고, 스포츠를 같이 즐기며,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법제도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 별개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법 분야에서 흑인 차별이 유난히 심한 탓이다. 지난해 말 현재 흑인 남성의 3%가 감옥에 있는 반면 백인 남성의 비율은 0.5%로 크게 낮다. 2011년 기준으로 부모가 감옥에 있는 흑인 어린이 의 비율이 15명 중 1명인 반면에, 백인 어린이는 111명 중 1명꼴이다. 또 2011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마리화나 소지로 감옥행을 한 사람 가운데 흑인이 백인보다 11배나 많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프로 푸블리카>가 2010년부터 3년간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조사한 결과는 이번 퍼거슨 사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17건의 관련 사건을 분석한 결과, 15~19살 흑인 청소년이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사망할 확률은 100만명 당 31.17명인 반면에 같은 연령대의 백인 청소년은 100만명 당 1.47명이었다. 무려 21배나 차이가 난다.

한편,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시위 사태는 26일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가 사실상 이날부터 시작된 데다 많은 지역에서 눈이 내리는 등 추운 날씨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인 22%·흑인64% 경관 처벌 원해
‘로드니킹’ 평결 때보다 흑백차 커
흑인 남성 수감자, 백인의 6배
퍼거슨 시위 연휴 맞아 진정 기미

퍼거슨에서는 경찰서 앞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눈을 맞으며 밤 늦게까지 구호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시청 건물 앞에서는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한 모의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퍼거슨 주민들은 이날 오전 자발적으로 청소작업반을 꾸려 방화와 약탈 현장을 청소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날 저녁 100여명의 시위대가 차도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다 수십명에 경찰에 체포됐다. 워싱턴과 뉴욕, 댈러스, 애틀랜타 등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있었으나 이렇다 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시위 사태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거치면서 소강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미국의 각종 흑인 인권단체와 시민운동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항의시위를 벌여나갈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내에 사태가 완전히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는 지난 22일 백인 경찰이 공원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있던 12살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죽인 동영상이 26일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한 지 2초 만에 총으로 이 소년을 사살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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