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조직적 탄압 2000여쪽 기록
21년간 191명 살해·243명 실종
가해자 377명 적시·처벌 법안 촉구
21년간 191명 살해·243명 실종
가해자 377명 적시·처벌 법안 촉구
30년 전 그날의 기억이 밀려왔을까?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의 얼굴에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브라질 군부독재 정권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을 조사해온 브라질 진실위원회가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받아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브라질 사람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고단한 투쟁과 많은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실위의 보고서는 고통스럽고 슬픈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호세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터져나온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군부독재에 맞서 게릴라 활동을 했던 호세프 대통령은 1970년 붙잡혀 3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당시 심한 구타와 가슴 등 몸 곳곳에 전기 고문, 봉에 사지를 걸어 매달아두는 ‘앵무새 횃대’ 고문 등을 당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군부독재 정권에서 벌어진 살인·고문 등 정치탄압이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승인 아래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1964~1985년 지속된 군부독재 시절 191명이 살해됐고 243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2000쪽에 이르는 보고서는 탄압에 관여했던 377명의 이름을 적시하며, 생존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1979년 사면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군부정권은 1979년 군 관계자의 가혹행위와 좌파 게릴라의 폭력행위를 모두 처벌하지 않는 사면법을 제정했는데, 2010년 남미 인권재판소는 이 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보고서는 성기 전기 고문, 강간, 심리 고문 등 끔찍한 사례들도 전했는데, 이런 수법은 1960~197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전수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에 증언한 파울루 말량이스 전 대령은 “심리 고문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며 “영국이 이를 배우기 제일 좋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자행한 고문과 살인 행위 등을 상세하게 증언한 몇 안 되는 군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실위에 증언한 2주 뒤 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2012년 5월 호세프 대통령의 지시로 설치된 진실위원회는 2년 반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무리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사진 AP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