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망’ 항의…차별 철폐 요구
뉴욕·보스턴 등서도 수만명 모여
뉴욕·보스턴 등서도 수만명 모여
13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정의’ 행진에서 반세기 전처럼 전국에서 몰려든 흑인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참가자는 2만5000여명(주최측 추산)으로, 1963년 흑인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했던 ‘워싱턴 대행진’ 때의 20만여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흑인 차별 철폐라는 갈망은 비슷했다.
플로리다에서 왔다는 흑인 가이 멀락(56)은 “총부터 먼저 쏘고 보는 백인 경찰들의 행태에 질렸다”며 “이렇게 함께 모여야 그나마 변화가 있을 것 같아 먼길을 왔다”고 말했다. 그는 “흑인을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위험 대상’으로 보는 경찰의 마음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트로이트에서 온 디에 피플(69)은 “반세기 전에 했던 행진을 이렇게 계속해야 하는 현실에 절망한다”며 “백인 경찰에 죽임을 당하는 흑인 숫자는 20세기 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다만 방식이 린치(집단 폭행)에서 총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흑인들이 대부분인 시위대는 이날 백악관 옆 프리덤플라자에서 의사당으로 이어지는 왕복 8차선의 도로를 약 1㎞ 행진했다. 이들은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라고 쓰인 손팻말 등을 들고, ‘숨을 쉴 수가 없다’ ‘손 들었다, 쏘지마’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마이클 브라운, 에릭 가너, 타미르 라이스 등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연단에 섰다. 가너의 아내 이소는 “나는 지금 우리 모두의 아들 딸들을 위해 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알 샤프턴 목사는 경찰에 ‘보디캠’ 착용 의무화, 지역 경찰 연루 사건에 특별검사 임명, 인종 프로파일링 금지 등을 포함한 법을 제정할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
이날 ‘국민 저항의 날’을 맞아 뉴욕에서 2만5000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은 5만여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보스턴 등 10여개 도시에서 많은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뉴욕 시위는 비무장 흑인을 목조르기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불기소 결정 이후 최대 규모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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