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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에 큰 역할

등록 2014-12-18 20:12수정 2014-12-18 22:29

양쪽 협상 꼬일 때 편지
양국 대표단 바티칸으로 초청
정치범 교환 끌어내
오바마·카스트로 모두 “고맙다”
교황 “하느님이 따뜻한 축하”
프란치스코 교황. 한겨레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 한겨레 자료 사진
미국과 쿠바가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17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78번째 생일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모두 교황에게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양국이 교황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이다.

올 여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한테 직접 편지를 써 보냈다. ‘인도주의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호소했다. 당시 미국과 쿠바는 비밀협상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두 나라의 비밀협상은 지난해 6월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시작됐다. 미국 협상단은 오바마의 측근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최고 남미전문가로 꼽히는 리카르도 수니가가 이끌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쿠바에 전하는 메시지가 백악관에서 직접 내려오고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문 외교관이 아닌 백악관 보좌진이 나섰다고 분석했다.

협상의 중심인 정치범들의 석방·교환 문제를 두고 양국은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에게 쿠바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돼 있던 미국 국제개발처 하도급업체 직원인 앨런 그로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관계 개선은 “영원히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한테 편지를 보낸 게 이 무렵이다. 양국의 꼬인 매듭을 푸는 데 교황이 중요한 구실을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황의 편지는 미국인 앨런 그로스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국에 수감된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한 셈이었다. 앞서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바티칸 회담 때 쿠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에는 교황이 미국과 쿠바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했는데, 양국은 이곳에서 5명의 정치범 교환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b>78번째 생일 맞은 교황</b>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자신의 78번째 생일을 맞아 생일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미국과 쿠바가 역사적 관계 정상화에 나선 데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큰 역할을 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78번째 생일 맞은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자신의 78번째 생일을 맞아 생일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미국과 쿠바가 역사적 관계 정상화에 나선 데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큰 역할을 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이전까지 미국과 유럽에 치우쳤던 바티칸 외교에 변화를 가져왔다. 남미가톨릭 전문가인 지아니 라벨라 박사는 “교황은 쿠바 문제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추기경 시절 쿠바를 방문했던 교황은 아바나 대주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주교 역시 막후에서 큰 구실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바가 가톨릭 전통이 강한 국가라는 점도 협상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교황은 17일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선언 뒤 “하느님이 역사적 결정에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는 성명을 냈고,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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