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거리의 주차된 순찰차 안에서 흑인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경찰관 류원젠의 장례식이 열린 4일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추도사를 하는 도중 일부 경찰관들이 항의의 뜻으로 등을 돌리고 서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비무장 흑인 사망 사건 계기
‘경찰 개혁·시위대 옹호’에 불만
경찰관 장례식 때마다 행동 보여
‘경찰 개혁·시위대 옹호’에 불만
경찰관 장례식 때마다 행동 보여
1년 전 무명의 정치인에서 미국 최대 도시의 시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빌 더블라지오(54) 뉴욕 시장이 뉴욕 경찰들의 무언의 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뉴욕 경찰 수백명은 4일 지난달 브루클린 거리에 주차된 순찰차에서 한 흑인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경찰관 류원젠(32)의 장례식에서 더블라지오 시장이 추도사를 시작하자 등을 돌렸다. 일주일 전 치러진 또다른 경찰관 라파엘 라모스(40)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일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경찰들은 더블라지오 시장에게 쌓인 불만을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 표출했다.
경찰들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더블라지오 시장이 불심검문 등 과도한 경찰력 행사를 비판하면서 경찰 개혁에 나선데다, 지난해 흑인 에릭 가너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대규모 시위 때 시위대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더블라지오 시장은 젊은이들이 경찰을 두려워한다면서 경찰을 겨냥해 “우리는 극복해야 할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 경찰 상당수는 더블라지오 시장의 이런 태도가 지난달 브루클린에서 경찰관 두 명이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찰 노조 위원장인 패트릭 린치는 “경찰관들의 피가 시장 사무실이 있는 시청 계단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4일 장례식에 참석했던 한 퇴직 경찰은 <뉴욕 타임스>에 “더블라지오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부터 경찰을 증오해온 인물”이라며 “경찰들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라지오 시장 쪽은 지난주 경찰 노조 간부들을 만나 화해를 시도한 데 이어, 윌리엄 브래튼 뉴욕경찰청장이 이번 장례식에서는 등을 돌리지 말 것을 각별히 당부했는데도 이런 일이 재발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는 경찰의 반발이 심해지자 시위대에 두 경찰관 장례식 때까지 시위를 잠정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경찰관 사망 사건 이후 범죄자 체포와 교통위반 통고장 발부가 급감하는 등 경찰들이 사실상 태업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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