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실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사진)은 5일 중앙정보국의 고문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이 조직의 비밀작전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의회 회기가 새로 시작되는 대로 정보위원장직을 공화당에 넘겨줄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서한에서 중앙정보국에 의한 장기구금 금지, 일련의 신문 기법 제한, 구금자들에 대한 적십자사의 즉시 접견 허용 등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한 정책들을 법제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중앙정보국의 “강압적인 신문 기법들”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도 이 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해부터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파인스타인 위원장이 발의하는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또 이런 법안 추진과 별개로 중앙정보국에 대한 행정부의 감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중앙정보국의 모든 신문 과정을 의무적으로 녹화하도록 하고, 중앙정보국의 비밀 프로그램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또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중앙정보국 직원들의 책임을 묻는 규정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그는 서한에서 “이런 조처들은 미국이 다시는 고문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1992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한 이래 5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의회에서 최고령(81살) 의원이기도 하다. 그는 5년간 상원 정보위원장을 맡으면서 중앙정보국의 온갖 방해 공작과 주변의 압박에도 고문실태조사위원회 구성부터 보고서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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