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니스만 아르헨티나 검사.
‘대통령이 테러은폐’ 주장 니스만 검사
청문회 증언 전날 주검으로 발견
대통령, 자살설 제기 3일만에 번복
청문회 증언 전날 주검으로 발견
대통령, 자살설 제기 3일만에 번복
대통령의 수사방해 의혹까지 파헤치던 검사의 죽음을 둘러싼 검은 그림자가 아르헨티나 정가를 뒤덮고 있다. 대통령은 검사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말을 뒤집고 정보기관 관련 타살설을 제기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지난 18일 알베르토 니스만(51) 검사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니스만 검사는 권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는데, 주검 옆에는 며칠 전 지인에게서 빌린 권총이 놓여 있었다. 그는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일어난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 건물 폭탄 테러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왔다. 이 테러로 85명이 숨졌는데,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악의 테러 참사였다. 니스만 검사는 2006년 이란의 배후 지원 아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후 10년 가까이 용의자 체포와 재판 문제를 둘러싸고 이란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협상이 벌어졌다. 니스만 검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엑토르 티메르만 외무장관이 폭탄 테러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사실을 덮으려 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정부 인사들이 수사 과정에서 행사한 압력을 보여줄 증거를 의회의 비공개 청문회에서 제시하겠다고 했는데, 청문회 전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니스만 검사가 숨지기 며칠 전 재판부에 제출한 289쪽짜리 수사보고서에는 에너지 문제로 고민하던 키르치네르 정부가 자국의 곡식과 이란의 석유를 교환하는 협상에 힘을 쏟았다고 쓰여 있다. 니스만 검사는 아르헨티나와 이란 당국자들 간의 대화 감청 내용을 근거로 제기했다. 니스만 검사는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란 용의자들에 대한 수배령을 거두도록 인터폴을 설득하려 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20일 아르헨티나 법원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양국 협상단이 테러를 아르헨티나 극우 세력의 소행으로 덮어씌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정부 쪽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니스만 검사가 지난달 쫓겨난 아르헨티나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 안토니오 스티우소에게 이용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키르치네르 대통령도 22일 니스만 검사가 스티우소 등한테서 거짓 정보를 듣고 수사에 나섰다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신과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세력이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그는 니스만 검사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는데,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꿔 정치적 공세를 취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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