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조직으로 개혁 필요” 내세워
‘검사 의문사’ 일주일만에 전격 발표
관련설 제기 뒤 조처 배경 뒷말
‘검사 의문사’ 일주일만에 전격 발표
관련설 제기 뒤 조처 배경 뒷말
아르헨티나가 현 정보기관을 해체하고 새 정보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아르헨 역사상 최악의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던 검사가 대통령 등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해 오다가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고, 대통령은 검사의 죽음에 정보기관이 관련됐다고 주장한 뒤여서 정보기관 해체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6일 대국민 연설에서 “정보사무국을 해체하고 연방정보국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주 정보기관 개혁법안을 의회에 보내겠다며, 연방정보국 국장과 부국장은 대통령이 추천해 의회 승인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정보기관이 독자적으로 행사해온 도·감청 권한도 법무장관의 책임 아래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았던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당국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보기관이 군부독재정권 때와 달라진 바가 없다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18일 알베르토 니스만(51) 검사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니스만 검사는 ‘키르치네르 대통령 등이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 건물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사실을 덮으려고 했다’는 증거를 의회 청문회에 제시하기로 한 전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니스만 검사의 지인들은 그가 의회 출석을 고대하고 있었다며 자살 가능성을 배제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검찰은 아직 타살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지난주 ‘니스만 검사가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한테 이용당한 뒤 살해됐다’는 장문의 글을 온라인에 올려 구설에 올랐다. ‘음해 세력’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달 쫓겨난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 안토니오 스티우소 등이 꼽혔다. 야당 쪽에서는 ‘대통령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지금껏 정보기관 개혁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터였다. 갑자기 정보기관 해체를 들고 나온 데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보사무국은 1976~1983년 군부독재 시절의 ‘더러운 전쟁’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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