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역사학회장 거론 매닝 교수 등 권위자 19명
“아베 정권, 위안부 관련 확립된 역사를 삭제 시도”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언론인과 학자들을 위협” 비판
“아베 정권, 위안부 관련 확립된 역사를 삭제 시도”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언론인과 학자들을 위협” 비판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압력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패트릭 매닝(피츠버그대)·알렉시스 더든(코넷티컷대) 교수 등 19명의 미국 역사학자들은 5일 ‘일본의 역사가들을 지지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는 최근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성 착취의 야만적 시스템 아래에서 고통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을 억압하려는 최근의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나 특정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출판사나 역사학자들에게 연구 결과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일본 정부가 미국 역사교과서 <전통과 조우: 과거에 관한 세계적 관점>을 출간한 맥그로힐 출판사와 저자에게 지난해 말 위안부 관련 문장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교과서는 “일본군은 20만명에 이르는 14~20살 여성을 강제로 모집하고 징집해 ‘위안소’라고 이름붙여진 군 시설에서 일하도록 강요했다. 일본군은 이런 일을 은폐하고자 수많은 위안부 여성들을 학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국 정부가 이미 증명이 된 역사적 사실을 교과서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에는 차기 미국역사학회(AHA) 회장으로 거론되는 저명한 역사가인 매닝 교수를 비롯해, 권위있는 일본 근현대사 연구자인 캐롤 글럭 컬럼비아대 교수와 일본이 수정을 요구한 교과서 저자인 허버트 지글러 하와이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더든 교수는 “아시아 연구자뿐 아니라 러시아·미국·유럽·중남미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서명에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성명은 위안부 기술과 관련해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학 교수의 신중한 일본 문헌 연구와 생존자들의 증언은 국가가 후원한 성노예 시스템의 본질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일부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국가 차원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법적인 논쟁을 펴고, 또다른 정치인들은 생존자들을 중상하고 있다”며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위안부 문제를 기록으로 남기고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쓰는 데 관여한 언론인들과 학자들을 위협하고 겁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맥그로힐 출판사를 지지하고 ‘어떤 정부도 역사를 검열할 권리가 없다’는 지글러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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