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잡혀있던 미국인 여성 구호활동가 케일라 뮬러(26)가 숨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에 나선 지 반년 만에 지상군을 제한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해줄 것을 미 의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11일(현지시각) 의회에 ‘무력 사용 권한’ 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요청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지속적인 공격적 지상군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상군을 투입하되 제한을 두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상군 투입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을 모두 설득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 용어는 특수부대 사용을 포함한 기타 신중한 임무들을 뜻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지상군의 투입 없이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을 조기에 승리로 이끌기가 쉽지 않다는 국방부의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특수부대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면서 그 법적 근거로 2001년 알카에다에 대한 공격 권한과 2002년 이라크전 승인 권한을 내세웠으나, 근거가 취약하다는 논란이 제기된 점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의회가 스스로 무력사용 권한을 결의해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의회는 이를 외면해왔다. 의회로부터 다시 승인을 받음으로써 합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주목을 끄는 또다른 부분은 무력 사용의 지리적 경계가 없고, 사용 기한이 3년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는 이슬람국가가 레바논이나 요르단에서도 간헐적인 공격을 하고 있고, 리비아·예멘 등 다른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한 3년’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할 때 차기 대통령도 이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백악관으로부터 미리 브리핑을 받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공화당 쪽은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민주당 쪽에선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공화당 쪽도 장기간의 이라크전 및 아프간전에 신물이 난 국민 여론을 감안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시간을 두고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은 “국민들이 완전히 이해하길 원하는 것은 성공을 향한 타당한 방안”이라며 “빨리 처리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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