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지상군 2만5천명 투입 밝혀
“적 내부 흔들려는 교란작전” 분석
일부 “IS가 딴 지역 대응공격” 우려
공화당, 오바마에 책임자 문책 요구
“적 내부 흔들려는 교란작전” 분석
일부 “IS가 딴 지역 대응공격” 우려
공화당, 오바마에 책임자 문책 요구
미국 국방부가 이라크 제2 도시로 북부의 전략 요충지인 모술을 이슬람국가(IS)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 계획을 사전에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슬람국가 격퇴전을 지휘하고 있는 미 중부군사령부 관계자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오는 4~5월께 이라크 정부군 5개 여단과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 등 2만5000여명의 지상군과 미 공군이 대규모 합동작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 공군의 공습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투지역에서 이라크군을 자문하기 위한 소규모의 미 지상군 파병이 이뤄질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작전 시기와 규모를 두달 가량 전에 미리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적군으로 하여금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공화당 쪽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리 군대가 적에게 전쟁 계획을 일부러 알려준 사례를 기억할 수 없다”며 책임자를 문책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쪽은 이 브리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방문 길에 있던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도 “내가 공격 시기를 정확히 알더라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카터 장관이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이날 브리핑은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중부군사령부 쪽을 압박해서 진행된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국방부가 이런 이례적인 발표를 한 것은 적 내부를 뒤흔들려는 일종의 교란작전으로 여겨진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발표가 이슬람국가 대원들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켜 그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한편, 모술 시민들이 이슬람국가에 반기를 들도록 고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서방 국가 동조자들의 이슬람국가 참여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효과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이슬람국가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 전사들의 전투지역 이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인 케네스 폴락은 <뉴욕 타임스>에 “이슬람국가는 모술을 사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대응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압박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술 탈환을 목표로 한 대규모 작전의 주력군이 될 이라크 정부군이 과연 단시일 안에 오합지졸의 군대에서 정예군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압도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국가의 진군 소식을 듣고 무기를 버린 채 모술에서 도망친 바 있다. 현재 이슬람국가는 1000~2000명의 전사들이 모술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모술 탈환 작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군이 시민의 대다수가 수니파인 모술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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