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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범죄 현장 머리카락 한 올, 용의자 몽타주 그려내다

등록 2015-02-24 20:37수정 2015-02-25 11:45

미국 생체정보업체 패러본 나노랩은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사람의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를 재현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패러본 나노랩 누리집 갈무리
미국 생체정보업체 패러본 나노랩은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사람의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를 재현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패러본 나노랩 누리집 갈무리
눈동자·머리색깔 비교적 정확
피부색·대머리·나이 식별 단계
과거 DNA 대조와 전혀 다른 기술
과학계, 인종차별 등 우려 제기
2011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한 젊은 여성과 세살배기 딸이 살해됐다.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감시카메라에 찍힌 용의자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은 4년째 오리무중인 이 사건의 용의자 얼굴 몽타주를 배포했다. 컴퓨터가 그려낸 이 몽타주는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용의자의 디엔에이(DNA·유전자 정보)가 유일한 근거였다.

미국에서 범죄 용의자의 얼굴이 이런 식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디엔에이로 사람의 얼굴을 재현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눈동자와 머리카락의 색깔은 디엔에이만으로 거의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피부색, 주근깨, 대머리 또는 곱슬머리 여부, 치아 형태와 나이도 당장 혹은 머잖아 식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디엔에이 몽타주를 경찰이 보유한 얼굴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범죄 용의자나 수배자를 식별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엔에이 몽타주의 활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범죄 수사다. 미국 인디애나대-퍼듀대 인디애나폴리스 캠퍼스(IUPUI)의 수전 월시 교수는 “(이런 기술이) 범죄 용의자를 즉각 특정해내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용의자들의 범위를 좁혀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법무부로부터 디엔에이 몽타주 기법 개발을 위한 110억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디엔에이 감식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범죄 수사에서 혐의를 판별하는 강력한 물증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디엔에이를 용의자의 것과 대조하거나, 수사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 것을 검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디엔에이 표현형질 감식’은 이같은 전통적 방식과는 전혀 다른 신기술이다. 대조·비교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디엔에이의 유전정보를 직접 분석해 보유자의 신체적 특징을 파악해내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미 패러본 나노랩, 아이덴티타스 등 일부 생체정보 기업들이 수사당국에 디엔에이 표현형질 감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경찰국은 1980년대 초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강력사건 중 29건의 미제 사건 관련 디엔에이의 몽타주 작성을 아이덴티타스에 의뢰했다. 토론토 경찰 관계자는 “이 기술 덕에, 상당수 사건에서 애초 초점을 맞췄던 수사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이같은 ‘디엔에이 표현형질 감식 기법’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학계 일부에선 이 기술의 정확성, 특히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정확히 재현해내는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기술이 수사당국에 공식 채택될 경우 인종 차별이나 인권 침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탠퍼드대의 인류학자인 듀아나 풀윌리는 이런 기술이 ‘인종 프로파일링’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종 프로파일링이란 수사 당국이 특정 인종으로 조사 대상을 좁혀 그 인종에 속한 시민에 대해 신문이나 검사를 하는 수사기법이다. 에린 머피 뉴욕대 법학교수는 “이건 과학기술(의 적용)이 대중적 토론(에 따른 합의)을 앞질러가는 또하나의 분야”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학 의학센터는 24가지의 유전적 변수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유전자 주인의 눈동자 색깔이 갈색인지 파란색인지를 구별하는 정확성이 94%에 이르지만, 녹색 같은 중간색 눈동자를 가리는 정확성은 다소 떨어진다. 머리카락 색깔을 맞추는 확률은 75% 수준이다. 노화, 자연환경, 생활 습관 등 생체적, 외부적 요인에 따라 사람의 외모가 유전자 정보와 달리 조금씩 바뀔수 있는 것도 유전자 표현형질 감식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변수로 지목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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