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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중국도 ‘원정출산 행렬’…미국 수사당국 단속 강화

등록 2015-03-04 19:46수정 2015-03-04 21:32

2012년 1만명 출산…4년만에 2배
업체들 ‘산모 호텔’로 ‘관광’ 유혹
1명당 4만~6만달러 수수료 요구
미 당국, 알선업체 시설 37곳 수색
매년 전체 관광출산 4만명 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출산 시설을 둔 한 업체가 중국인 임신부의 원정 출산 서비스를 광고하는 누리집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출산 시설을 둔 한 업체가 중국인 임신부의 원정 출산 서비스를 광고하는 누리집 모습. AP 연합뉴스
만삭의 우아무개는 지난해 12월 고향인 중국 후난성을 떠나 미국 땅을 밟았다. “중국 상황이 괜찮으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몇주 뒤면 딸 아이를 품에 안게 될 그는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될 딸이 “활짝 열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나는 엄마에요.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숨 쉴 수 있을 만한 공기를 원합니다.”

중국 임산부들의 미국 ‘원정 출산’ 또는 ‘출산 관광’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수사당국이 3일 원정 출산 알선업체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 미국 원정 출산은 과거 한국·멕시코 부유층 사이에 유행했는데, 최근 몇년 새 중국 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엔엔>(CNN) 방송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를 인용해 2012년에만 1만여명의 중국 산모들이 미국에서 아기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년 집계된 4200여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알선업체들이 수사망에 포착된 것은 지난해 여름께였다. 아시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어바인 경찰서에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조직적 출산 관광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국토안보부에도 ‘아시아계 임산부가 많다’는 제보가 있었다. 인신매매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에 수사당국은 고객으로 위장해 함정 수사를 했다고 <엔비시>(NBC) 방송은 전했다.

서너달의 수사 끝에 3일 아침 국토안보부 요원들은 어바인과 오렌지 카운티 등의 ‘산모 호텔’로 알려진 37곳에 들이닥쳤다. 미국에서 ‘출산 관광’과 관련해 벌인 가장 큰 규모의 압수수색이었다. 대상은 원정 출산에 나선 임산부들이 아니라, 이들한테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며 조직적으로 사업을 펼쳐온 알선업체들이었다.

이들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영업을 해왔다. 어바인의 한 고급 아파트에 시설을 마련한 업체는 미국 원정 출산 때 ‘13년 동안 무상교육이 보장되며 중국보다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 있다’고 선전했다. 또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된 아기가 성인이 되면 전 가족의 미국 이민 길이 열린다고 꼬드겼다. 쾌적한 산전후 관리도 약속했다. 좋은 숙소에서 중국인 보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레스토랑과 쇼핑을 위한 교통편도 제공한다고 자랑했다. 어떤 패키지 상품에는 디즈니랜드 여행도 포함돼 있었다. 고객들이 무사히 출산 관광을 마치기 위한 조언도 했다. 입국할 때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이 아닌, 라스베이거스나 하와이로 입국하라고 했다. 의심을 덜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임부복을 가져와서는 안 되며 헐렁한 옷을 입고 여행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입국검사 때 예상 질문과 답변도 알려줬다. 한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1999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8000여명 임산부의 원정 출산을 도왔으며 그중 4000명이 중국인이었다고 자랑했다.

법원에 제출된 수사보고서 등을 보면 이들 업체는 임산부 1명당 4만~6만달러(4400만원~6600만원) 가량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출산이 이뤄지는 병원에는 2만5000달러 가량의 비용을 아예 주지 않고 떼어먹거나 빈곤층을 위한 제도를 악용해 4000달러만 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산모는 극빈층으로 속이고 병원비를 감면받았는데, 라스베이거스에서 롤렉스 시계 등 명품 구매에 100만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알선업체들은 세금 탈루와 허위 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수사당국은 외국 국적의 산모가 미국에서 출산하는 아기가 매년 약 3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4만여명이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법 원정 출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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