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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와 핵 협상 합의 말라”…미국 공화당, 이란 지도자들에 편지

등록 2015-03-10 20:43

차기 대선주자 등 상원의원 47명
“의회 승인 없으면 행정협약 불과
차기 대통령이 쉽게 철회도 가능”
백악관 “이란 강경파와 제휴” 비판
이란 “외교사에 전례없는 방식”
“당신들이 우리 정부와 핵협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헌법체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을 맺을 권한과, 연방 기구들의 다른 성격이라는 우리 헌법의 두 가지 특징에 당신들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47명이 9일 ‘이란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란 제목으로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썼다. 이달 초 백악관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하원 합동연설대에 세운 데 이어 이 편지를 통해 이란 핵협상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다. 자국 대통령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적국의 지도자들에게 미 의원들이 이런 편지를 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은 편지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미 의회의 승인 없이는 양국 간의 단순한 ‘행정 협약’에 불과하다”며 “차기 대통령이 단 한번의 펜 놀림으로 이 협약을 철회할 수도 있고 의회가 언제든 협정 조건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2017년 1월에 물러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다. 아마 수십 년 더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공화당이 이란 강경파와 공모하려 든다며 즉각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일부 의원들이 이란 강경파와 제휴를 하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것은 이례적인 연합”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36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했지만, 의원들이 적국에 자문해주기 위해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 소속 톰 코튼 의원이 초안을 잡은 이 편지에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물론 마르코 루비오, 랜드 폴, 테드 크루즈, 린지 그레이엄 등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 4명도 서명했다. 공화당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달 말로 마감시한이 다가온 이란 핵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오는 15일 협상 최종 타결을 위해 스위스로 향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잠정합의안은 이란의 경제 제재를 해제해주는 대가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동결 합의 기간을 최소 10년 이상으로 하며, 합의가 파기되는 경우에도 핵무기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1년 이상이 되도록 이란의 핵 관련 시설 및 물질을 제한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이런 협상 무산 시도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란 쪽은 ‘선전 모략’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나왔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9일 성명에서 “협상이 여전히 진행중이고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정치적 압력 세력이 합의 전망을 두려워해 외교사에서 전례가 없는 방식에 기대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꼬집었다.

외교정책에서 의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도 일고 있다. 조약의 경우엔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이란 핵협상 같은 경우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없다는 게 미 정부의 공식 견해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 편지에는 여러가지 부정확한 부분들이 있다”면서 이번 합의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치 않으며, 의회가 합의안을 수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공화당 쪽은 이란 핵협상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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