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여성 평화걷기’ 행사의 명예공동위원장을 맡은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11일 미국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그는 세계 여성평화운동가들이 오는 5월24일 비무장지대(DMZ)를 남북으로 걸어 넘으며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욕/AP 연합뉴스
‘DMZ 평화걷기’ 나서는 여성들
미국 여성운동 아이콘 스타이넘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서 발언
미국 여성운동 아이콘 스타이넘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서 발언
오는 5월24일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넘는 ‘한반도 여성 평화걷기’ 행사(<한겨레> 3월12일 1면)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대거 참가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냉전에 갇혀 있는 한반도에 대한 세계 여성들의 개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두 명(메어리드 매과이어, 리마 보위) 외에도 저술가, 학자, 영화제작자 등 12개국 30여명이 대부분 자비로 참여한다.
특히 ‘미국 여성운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글로리아 스타이넘(81)이 명예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려 주목을 끈다. 그는 1960~70년대 미국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하고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평화운동을 펼쳐온 인물로, 2013년엔 미국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다. 1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이번 행사를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비무장지대보다 인간들을 갈라놓는 광기를 물리적으로 상징하는 곳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나에게 이곳을 걸어서 넘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스타이넘이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한국전쟁 입영통지를 받았던 고등학교 친구의 슬픈 사연이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행사의 집행위원인 정현경 미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그 친구의 아버지는 2차대전 참전으로 ‘트라우마’(외상 후 정신적 장애)를 겪은 사람인데, 아들의 입영통지서를 보고는 전쟁터에 보낼 수 없다면서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스타이넘은 ‘북아일랜드와 라이베리아에서도 여성들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는데 왜 한반도에서는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가자 가운데 월트 디즈니 창업자의 손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2008년 라이베리아 여성 평화운동가 리마 보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악마를 다시 지옥으로>(Pray the Devil Back to Hell)를 제작해 라이베리아의 평화운동을 세상에 알렸다. 또 미국의 대표적 여성 반전단체인 코드핑크 공동설립자인 미디아 벤저민, 미 육군 대령 출신으로 2003년 이라크전에 반대해 국무부를 사직한 앤 라이트 등과 함께 한국계로는 수지 김 미국 럿거스대 교수, 코리아정책연구소 공동설립자 크리스틴 안, 정현경 교수 등이 참여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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