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이비부머’ 세대 남성 조사
51명중 1명꼴…일반인의 6000배
‘신분 대물림’ 현상 두드러져
‘대 이어 억만장자’ 재계는 더 심해
51명중 1명꼴…일반인의 6000배
‘신분 대물림’ 현상 두드러져
‘대 이어 억만장자’ 재계는 더 심해
인구 3억1900만명의 나라 미국에서 대통령 아버지를 둔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얼마나 높을까? 2016년 대선이 미국 최고의 정치가문으로 떠오르는 부시가와 클린턴가의 맞대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미국 정계의 ‘신분 대물림’ 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데이터 경제학자 세스 스티븐스-더비도위츠가 미국 상류층의 ‘신분 대물림’에 대한 분석을 21일 내놨다. 그는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로 분류되는 남성들이 아버지에 버금가는 성공을 이룰 가능성을 수치화했는데, 정치 분야에서 ‘신분 대물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뉴욕 타임스>에 실었다. 그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아버지를 둔 13명의 베이비부머 세대 아들 가운데 1명이 ‘가업’을 이었다. 널리 알려진 아버지와 아들 조지 부시 이야기다. 보통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3700만명의 베이비부머 남성 중에선 2명이 대통령직에 올라, 비율로 따지면 대통령의 아들에 견줘 가능성이 140만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보다 표본이 많은 주지사·상원의원을 살펴봐도 가문의 힘은 눈에 띈다. 스티븐스-더비도위츠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평균 남자 아이의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주지사 아버지를 둔 아들 50명 가운데 1명꼴로 주지사가 됐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무려 6000배 높은 수치다. 같은 방법으로 상원의원을 분석했을 땐 ‘대물림’이 될 가능성이 일반인에 견줘 8500배 높았다. 실제, 미국 정계에서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케네디가의 경우는 지금까지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과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5명, 장관 1명을 배출했다.
‘신분 대물림’은 정계만의 현상은 아니다. 정계보다는 비율이 좀 낮지만 상류층 아버지를 둔 자식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높았다. 미국에서 육군 장성 집안 아들이 ‘별’을 다는 경우는 일반인에 비해 4582배 높았다. 유명 최고경영자 아들이 최고경영자가가 될 가능성은 1895배, 퓰리처상 수상자 아들이 이 상을 탈 가능성은 1639배, 그래미상 수상자 아들이 이 상을 받을 가능성은 149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티븐스-더비도위츠는 현대 미국 정계에서 부시 가문처럼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가문은 없다고 전했다. 만일 차기 대선에서 젭 부시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셋이나 배출한 가문이 되며, 아버지에 이어 ‘형제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그는 “부시 가문의 권세는 마치 (미국 최고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 (당대 최고 농구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부시 가문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라를 이끌기에 가장 뛰어난 인재라는 것은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연구에서 정계보다 ‘신분 대물림’이 두드러진 분야는 다름 아닌 재계였다.
억만장자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억만장자가 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만8000배나 높았다. 또 월튼가와 록펠러가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하면 부시 가문이 정계에서 누리는 권세는 비할 바가 못된다고 짚었다. 두번째로 부모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은 리얼리티 방송 스타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반인에 견줘 리얼리티 방송 스타가 될 가능성이 9300배나 높았는데, 이들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유명인들의 가족의 일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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