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MD) 체계의 핵심 무기인 ‘해상기반 엑스밴드 레이더’.
LA타임스, 성능 과장돼 있고
탐지각도 25도에 불과 ‘결함’
미사일방어청 심의 공동총괄자
“애초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것”
탐지각도 25도에 불과 ‘결함’
미사일방어청 심의 공동총괄자
“애초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것”
최근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 방어(MD) 체계의 또다른 핵심 무기인 ‘해상기반 엑스밴드 레이더’(SBX·에스비엑스)가 거대한 실패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에스비엑스는 2000㎞에 달하는 탐지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때 한반도 해역에 배치가 검토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에이 타임스>는 5일 에스비엑스의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사실은 22억달러(약 2조4041억원)짜리 실패작이라고 보도했다. 에스비엑스는 길이 116m, 높이 85m에 무게 5만톤으로, 축구장만한 갑판 위에 거대한 레이더돔을 탑재해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체계에 통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해상 플랫폼에 레이더를 설치해 이동도 가능하다.
우선, 신문은 에스비엑스의 성능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 오버링 전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장은 지난 2006년 5월 미 상원 예산위에서 에스비엑스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더이며, (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에 고성능의 탐지와 식별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듬해 4월 상원 분과위원회에서는 “이 레이더를 (미 동남부) 체서피크만에 배치했을 때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 상공에서 날아오는 야구공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둥그런 지구 표면의 굴곡을 고려하면 에스비엑스가 그렇게 먼 거리의 야구공을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론’이라고 잘라 분석했다. 정밀성은 있지만 실전에선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신문은 약 90~120도의 탐지 각도를 보유한 일반적 레이더에 비해 에스비엑스는 탐지 각도가 25도에 불과해 근본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물리학자 하비 린치는 이 레이더를 “엄청나게 강력한 빨대”로 비유했다. 레이더빔을 쏘는 아주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상대방 미사일을 식별할 수 있겠지만, 태평양 전체를 경계하거나 탐지 각도를 벗어나 잇달아 날아드는 미사일 세례를 탐지·식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1년 9·11테러 이듬해인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 때 개발계획이 수립된 에스비엑스는 애초 알래스카의 알류샨 열도에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개발 뒤에 알래스카의 해류와 강풍을 견디기 어렵다는 심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보강 작업을 거쳤으나 현장에 제대로 배치되지 못했으며, 2013년엔 진주만 항구에서 8개월 이상 정박해 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6월 실험에서는 목표물을 정확히 탐지해 요격에 성공했으나, 통제지휘부에 결과가 전송되지 않았다. 미사일방어청의 자료 심의를 공동 총괄한 데이비드 몬터규 전 미 록히드마틴 미사일 시스템 분야 회장은 이 해상 레이더는 “처음부터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사진 미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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