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제사)에 맞춰 봉납한 공물이 보이고 있다. 2013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던 아베 총리는 이후에는 춘계·추계 예대제 때 참배는 하지 않고 있으나 공물은 보내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NYT에 이어 진정한 사죄 촉구
“‘위안부=인신매매 희생자’ 표현
한국에선 크게 실망하는 반응”
“‘위안부=인신매매 희생자’ 표현
한국에선 크게 실망하는 반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달 말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잇따라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가 20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한 데 이어,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도쿄발 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를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중요한 올해에 동아시아의 긴장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지난 70년간 미국과 일본이 평화적 협력과 공통의 가치를 추구해온 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신문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그동안 일본이 공식적으로 밝혀온 전시 침략에 관한 뉘우침을 희석시키려 시도한다면 동아시아를 새로운 악감정의 시대로 빠져들게 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주류 역사학자들은 약 20만명의 여성들이 2차 대전 기간 중 강제로 성적 노예가 되었다고 보지만, 아베 총리와 같은 입장에 있는 일부 보수층 학자들은 위안부의 숫자가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매춘부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본의 전쟁범죄 행태가 다른 나라보다 더 나쁘지 않았다고까지 말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달 아베 총리가 자사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를 긍정적 진전으로 받아들였으나 한국에선 이 표현이 (국가의 책임은 없는) 민간 브로커들과 연관된 일을 뜻하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역사 수정주의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아베 총리가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주변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입힌 데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어떻게 다룰지 분명치 않다”며 “공개적으로는 과거의 담화를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핵심어인 ‘식민 지배’와 ‘침략’을 다시 쓸지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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