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렐 전 부국장 출간될 책서 주장
‘아랍의 봄’ 당시 첩보전 실패 시인
‘아랍의 봄’ 당시 첩보전 실패 시인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미국은 쾌재를 불렀다. 미 본토를 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은 알카에다와 10년에 걸친 대테러 전쟁이 결실을 맺었다고 믿었다. 같은 해 중동지역을 휩쓴 ‘아랍의 봄’이 휘청거리는 알카에다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팔짱을 끼고 아랍의 봄을 즐겼다. 착각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동에서의 대테러 첩보전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주장이 중앙정보국 수뇌부에서 나왔다. 3일 <워싱턴 포스트>는 이달 출간 예정인 <우리 시대의 위대한 전쟁>이라는 책에서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 부국장이 이렇게 주장하며, “중앙정보국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오류 때문이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모렐은 2010~2012년 중앙정보국 부국장을 지냈다.
앞서 미 정보당국자들이 ‘아랍의 봄’ 당시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바 있지만, 모렐은 한발 더 나아가 정보 실패를 자초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중앙정보국은 대중 봉기가 알카에다의 주장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판단했고, 정책입안자들에게 그와 같이 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랍의 봄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한테 유용하게 작용했다”고 그는 말했다. 모렐은 “대테러작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랍의 봄은 (아랍의) 겨울로 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앙정보국 등이 중동 국가들의 정보당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생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는 자체 정보 창구를 만들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나태했다”며 “우리가 의존했던 중동 정부들은 고립돼 (민주화 시위의) 거대한 파도가 덮치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 정권들이 무너지면서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무장조직들을 억제할 능력도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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