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10개국 학자 공개 서한
“위안부 시스템은
20세기 전시 성폭력 중 두드러져
일본군 기록 상당수 파기됐지만
군이 개입한 수많은 자료 발굴돼”
“피해자 증언에 의문 제기하려
법률적 논쟁 벌이는 것은
야만적 행위라는 근본 놓치는 일”
“위안부 시스템은
20세기 전시 성폭력 중 두드러져
일본군 기록 상당수 파기됐지만
군이 개입한 수많은 자료 발굴돼”
“피해자 증언에 의문 제기하려
법률적 논쟁 벌이는 것은
야만적 행위라는 근본 놓치는 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10개국의 저명한 일본학 역사학자 187명이 5일(현지시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올해를 일제 식민지배와 침략 문제를 다룰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
역사학자들은 이날 발표한 ‘일본 역사학자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글에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역사를 추구하는 일본의 용기있는 역사학자들과의 연대를 표명한다”며 “전후 일본에서 이뤄진 민주주의와 군대에 대한 문민 통제 등은 축하해야 할 일들이지만 역사 해석의 문제가 이런 성취들을 축하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특히 “가장 첨예한 과거사 문제 중의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며, 이 문제를 부인하려는 일본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한국·중국에서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학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피해 국가에서 민족주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피해 여성의 존엄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있었던 일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일 또한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20세기에 있었던 많은 전시 성폭력 중에서도 위안부 시스템은 방대한 규모와 군 차원의 조직적 관리, 그리고 어리고 가난하며 취약한 여성을 착취했다는 점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군의 기록 중 상당수는 파기됐으나 역사학자들은 일본군이 여성들의 이송이나 위안소 관리에 개입했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들을 발굴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하려고 특정한 용어 선택이나 개별적인 문서에 집중된 법률적 논쟁을 벌이는 일은 야만적 행위라는 근본 문제를 놓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 연구는 정부의 조작과 검열, 사적인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우리는 역사 연구의 자유를 옹호하며 모든 정부들이 이를 받아들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는 일본 정부가 말과 행동을 통해 식민지배와 전시 침략 행위를 다룸으로써 일본의 지도력을 보일 기회를 제공한다”며 “지난 4월 미국 의회에서의 합동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인도적 안전의 중요성, 그리고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 가했던 고통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모두에서 과감하게 행동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공개서한에 서명한 학자들은 국가별로는 미국이 159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캐나다 6명, 독일·영국 각 5명, 오스트레일리아 4명, 일본 3명, 오스트리아 2명, 네덜란드·스위스·싱가포르 각 1명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허버트 빅스 교수를 비롯해, 브루스 커밍스, 에즈라 보걸 등 저명 교수들이 망라됐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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