젭 부시도 여러 차례 회피 뒤
여론 심상치 않자 입장 정리
여론 심상치 않자 입장 정리
미국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유력 주자들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실수였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02년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던 민주당의 유력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08년 대선 때는 이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가 패배를 자초했다. 그는 지난해 저서에선 “(그 결정은) 잘못됐다. 단순명료하다”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최근엔 공화당 주자들도 관점의 편차는 있지만 ‘이라크 침공은 잘못’이라는 데 동의하고 나섰다. 이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여전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제거로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면서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주 여러 차례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다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태도를 정리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지금 판단컨대, 당시 이라크를 침공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워커 주지사는 “지금 드러난 사실들을 볼 때 이라크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루비오 의원은 “부시 전 대통령이 당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 침공 결정을 내린 것은 실수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었더라도 전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에 대한 대항마 구실을 했던 후세인이 제거돼 그 지역에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의 이런 태도는 미국 내 여론을 거슬렀다가는 선거 승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호프스트라대학의 역사학자 에반 코너그는 <에이피> 통신에 “특히 젭 부시 전 주지사의 태도 변화는 이라크전이 실수였다는 게 미국 사회의 통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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