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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빈라덴 서재에 꽂힌 책들 보니…‘음모론 서적’ 탐닉

등록 2015-05-21 20:21수정 2015-05-21 22:04

미 국가정보국, 입수 문서 103건 비밀 해제
촘스키·밥 우드워드·마이클 슈어 저서 등도
서면으로 ‘조직 지도’에 대부분 시간 쓴 듯
미 언론들은 자료 공개 시점에 의혹 제기
오사마 빈라덴.
오사마 빈라덴.
미국 정부가 2011년 사살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사진)의 은신처에서 입수했다는 문건과 책들을 공개했다. 사람을 알려면 서재를 보라는 말이 있는데, 빈라덴의 서재는 무엇을 알려줄까?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20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2011년 5월2일 빈라덴을 사살할 당시 미 해군 특전단(네이비실)이 입수한 문건 103건을 비밀해제했다. 이에 더해 빈라덴이 읽었던 책 목록과 그가 보유했던 여러 문서 등 모두 266건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들은 빈라덴의 말년을 가장 깊이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면으로 조직을 지도하는 데 쓴 듯했고, 역사서에서부터 현대 사회를 꿰뚫은 책들과 ‘음모이론’서까지 섭렵하며 추가 공격을 구상한 듯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알카에다를 보는 관점에 빈라덴이 집요한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문건 중에는 2001년 9·11 테러를 조사한 의회조사국의 ‘9·11위원회 보고서’가 포함돼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빈라덴의 도서 목록이었다. 미국의 패권 전략을 분석한 노엄 촘스키의 <패권이냐 생존이냐>와 한때 빈라덴을 담당했던 미 중앙정보국(CIA) 마이클 쇼이어가 미국의 대테러 정책을 비판하며 쓴 <제국의 자만>이 눈에 띄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의 <오바마의 전쟁>도 있었는데, 오바마 정부의 아프간 철군전략을 다룬 책이다. 또 음모론의 고전으로 꼽히는 프리츠 스프링마이어의 <일루미나티의 혈통>도 있었다. 현대 이슬람주의 이론가 사이이드 꾸틉이 쓴 <내가 본 미국>도 목록에 포함됐다.

빈라덴은 아랍어 신문과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를 모아뒀으며, 알카에다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놓기도 했다. 빈라덴은 프랑스에 관한 자료 19건을 보유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프랑스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빈라덴은 부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 형제들에게 그들의 임무는 미국을 뿌리뽑는 데 있다고 전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주의하라고 했고,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라고도 했다. 또 도청 등 보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아랍의 봄’이 알카에다에 좋은 징조라고도 했다. 한 문건에서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빈라덴이 이끌던 당시 알카에다의 가입원서도 공개됐다. 3쪽짜리 원서는 지망자에게 ‘서구를 오가는 지인의 존재 여부’와 ‘범죄경력’ 등을 물었다. 또 “자살 공격을 실행하고 싶은가?” “만일 당신이 순교자가 될 경우 우리는 누구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나?”라는 질문도 있었다. 또다른 문건에서 빈라덴은 사살되기 몇달 전 ‘은신처를 옮길 때가 온 듯하다’고 적었다. 사랑과 그리움을 가득 담아 딸에게 보내는 편지, 부인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당부하는 편지 등도 있었다.

국가정보국 쪽은 백악관이 ‘대중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자료들이 공개된 시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시모어 허시가 빈라덴의 사살과 관련해 미 정부의 그동안 설명에 거짓이 많다는 기고문을 실어 논란이 일자 백악관이 자료 공개를 서두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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