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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인구수로? 유권자수로?…미 대법원, ‘1인1표제’ 진정한 의미 따져본다

등록 2015-05-27 19:57수정 2015-05-27 22:12

미 대법, 선거구 획정 방식 심리

공화 의원·보수단체 청원 수용
선거구 획정 기준 변할지 주목
히스패닉 벌써부터 우려 목소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대의제의 핵심 중 하나인 ‘1인1표제’의 의미를 따져보기로 했다. 쟁점은 선거구를 나누는 방식인데,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유권자’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여부다.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 정계 등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26일 수 이븐월 텍사스주 타이터스 카운티 의장(공화당) 등의 청원을 받아들여 선거구 획정 방식 문제를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븐월은 자신이 속한 선거구는 57만3895명의 유권자가 사는 반면, 인근 선거구의 경우 유권자가 37만2420명에 불과해 자신의 표의 가치가 그들보다 떨어지게 돼 평등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사건을 접수한 지방법원은 “연방대법원과 어떤 항소법원에서도 (선거구 획정에 유권자만 따져야 한다는) 판례가 없었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이븐월은 항소를 제기하며 “텍사스 유권자 혹은 잠재적 유권자 가운데 소송인들에 비해 상원의원 선거 투표권 가치가 1배 혹은 1.5배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텍사스주는 31개의 상원의원 선거구로 이뤄졌는데, 한 선거구는 약 81만1000명을 기준으로 나뉘어 있다.

미국에서 1인1표제의 원칙은 50년간 인구 수를 균등하게 나눠 선거구를 획정하고 정치 권력을 부여하는 방식을 따랐다. 이는 연방대법원이 1964년 “의원은 나무 혹은 토지가 아닌 사람을 대표한다”며 기존에 지역을 기준으로 구분해 불균등했던 선거구를 인구 수를 기준으로 획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600만명 인구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1만4000명에 불과한 작은 외곽 카운티의 상원의원의 수가 각각 1명으로 같았다. 이후 미국의 모든 지자체들은 ‘정치권력의 공정한 분배’를 내건 대법원의 판례를 따랐다.

하지만 과연 선거권이 없는 사람까지 포함한 총 인구 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누고 있는 현 제도가 엄밀한 의미에서 1인1표제에 합당한 것일까? 이븐월 등을 대변해 지난 15년간 이 문제를 제기해온 미국 보수단체 ‘공정한 대표 계획’의 대표 에드워드 블룸이 이의를 제기하며 대법원에 청원을 넣은 것이다. 현재는 선거권이 없는 이민자와 어린이, 수감자 등도 선거구 획정 인구에 포함되고 있다.

만일 연방대법원이 이들의 요구대로 유권자 수로 선거구를 나눠야 한다고 판결을 내릴 경우, 도시 선거구는 줄어들고 농촌 지역 선거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 언론들은 비시민권자가 적은 농촌 지역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가면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비시민권자가 몰려 사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애리조나와 네바다 등에 정치적 지각 변동이 올 수 있다.

연방대법원의 심리 결정 소식을 접한 캘리포니아 히스패닉 사회에서는 당장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히스패닉 의원들을 지원해온 컨설턴트는 “캘리포니아의 히스패닉, 아시아계가 의회에서 가지는 힘은 줄어들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말했다. 소수집단은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신문은 연방대법원의 심리 소식은 법률 전문가들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2001년에도 텍사스에서 비슷한 사건이 제기됐으나, 9명의 대법관 가운데 1명만 심리에 찬성했을 뿐이다. 9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법원에서 심리할 수 있다.

미 연방대법원는 오는 10월에 시작하는 다음 회기 때 이번 사안을 심리할 예정인데, 회기는 2016년 6월에 끝나기 때문에 내년에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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