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하루 2.6명꼴 ‘급등’
인구비율로 볼때 흑인이 3배나
사망자의 16%, 비무장 상태
범죄학계, 연방 차원 예방책 요구
인구비율로 볼때 흑인이 3배나
사망자의 16%, 비무장 상태
범죄학계, 연방 차원 예방책 요구
미국에서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적어도 385명의 시민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루에 2.6명꼴로, 지난 10년간 사망자의 2배를 넘을 만큼 급증한 수치다. 그러나 경찰관이 살인 또는 총기 오남용 등으로 기소된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했다. 3건 모두가 도망가는 용의자를 등 뒤에서 총격한 사실이 비디오 판독으로 확인된 경우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30일 경찰의 전기충격기 사용이나 경찰서 구금 중에 사망한 것을 제외한 총격 사망 사건만을 전수 조사해, 희생자의 나이, 인종, 성별, 지역, 무장 여부 등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사망자를 인종별로 보면 백인이 180명(47%), 흑인과 히스패닉이 162명(4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망자 수로만 단순 비교할 경우 두 그룹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인구비율로 보면 경찰 총격 사망자의 3분의 2가 흑인으로, 백인 또는 다른 소수인종 사망자 비율의 3배나 됐다.
미국 경찰관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목숨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경우에 한해 총기 사용이 허용된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사망자의 16%는 피격 사망 당시 비무장 상태였거나 살상무기로 오인된 장난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8명은 18살 미만 청소년이었다.
미국 범죄학계는 연방정부가 경찰의 총기 사용 실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예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은 일선 경찰서의 총기 사용 피해 실태를 취합하고 있으나, 강제 조항이 아닌 자발적 보고 형식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연방수사국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 전역의 일선 경찰관서 1만8000여곳 중에서 치명적 총기 사용 사건을 스스로 보고한 곳은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전체 경찰관서 중 총격 사망 사건이 일어난 곳은 극히 일부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경찰서 19곳은 적어도 3건 이상의 총격 사망 사건을 낸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지난달 29살의 흑인 노숙자와 언쟁을 벌이다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등 올해에만 8건의 총격 사망 사건을 기록했다.
전직 경찰서장 출신인 짐 부어먼 미국경찰재단 회장은 “경찰의 치명적 총격 사건은 거의 보도가 되지 않는다”며 “그에 관한 실태를 정확하게 추적하지 않는 한, 경찰의 치명적 총기 사용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전직 경찰서장 출신인 로널드 데이비스 미 법무부 산하 마을공동체지향경찰서비스국장은 “(경찰의 총기 사용에서) 무엇이 적법한지를 넘어 무엇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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