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방법은 하나지만 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수천가지가 있다.”
2010년 이혼을 결심한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앤서니 엘로니스(32)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번은 “너의 몸이 작은 상처들로 피에 젖어 죽어갈 때까지 난 쉬지 않을 거야”라고도 썼다. 다른 글에서는 “베개로 질식시켜 계곡에 내다 버리겠다”라고도 했고,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게 불법인지 알았어?”라는 질문도 올렸다.
위협적인 글은 아내만 겨냥하지 않았다. 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방문해 그가 올린 글들에 대해 묻자 그는 페이스북에 “칼을 꺼내들고 그(요원)의 목을 따는 것”에 대해 썼다. 그는 직장 동료에 대한 폭력적인 글들을 올려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엘로니스는 “타인을 해치겠다는 협박”을 금지하는 미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8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엘로니스가 글을 올린 것으로 증명되고, 온라인상에서 이뤄진 말이라도 “합리적 인간”이 판단하기에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엘로니스는 일종의 심적 화풀이로 “인기 래퍼 에미넴의 랩가사를 따라했을 뿐”이라며 “협박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사건은 연방대법원으로 갔다. 과연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것인가, 온라인에 만연한 폭언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내리는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1일 연방대법원은 8대 1로 엘로니스가 글을 올릴 당시의 협박 의도가 증명돼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악행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한다”는 형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 보호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현행법에서 이같은 범행이 성립하기 위해 어떤 정신상태가 요구되는지도 규정하지 않았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파기 환송에 찬성하면서도 대법원의 모호한 판단이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연방대법원이 하급심을 따랐다면 매일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온갖 폭언 대부분이 누구도 위협할 의도가 없는데도 이를 범죄시 하기에 쉬워졌을 것”이라고 썼다.
반면, 미국 범죄피해자센터 등은 온라인 폭력범죄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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