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출처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미 국방부 문서 확인 “소프트웨어만 교체하면 돼”
‘북한 지역까지만 한정’ 배치 옹호론 설득력 잃어
‘북한 지역까지만 한정’ 배치 옹호론 설득력 잃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사드·THAAD) 레이더는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 8시간 안에 탐지거리가 짧은 모드에서 원거리 탐지용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탐지거리가 짧은 방식의 사드 레이더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북한 지역까지만 탐지가 제한돼 중국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사드 배치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내용은 <한겨레>가 2일 미 국방부 누리집에 게재된 ‘미사일방어청 2012년 예산추계(Budget Estimates)’라는 제목의 문서를 확인한 결과 드러났다. 8시간 안에 모드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미 국방부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도, 이 무기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함구해 혼란을 부추겨왔다.
사드 레이더(AN/TPY-2 레이더)는 전진배치모드(FBM)와 종말모드(TM) 두가지로 나뉜다. 2011년 2월 작성된 이 문서는 “전진배치모드는 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에서 탐지·추적 기능을 제공해 표적 식별과 대응 시간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며, 종말모드에서는 사드 부대의 사격 통제를 위한 표적 포착·추적·식별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문서는 “이 레이더는 이동이 가능해서, 위협의 지리적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는 이어 “11개의 AN/TPY-2 레이더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각 레이더는 사드 부대(종말모드) 또는 전진배치모드로 설정이 가능하고, 두 모드는 8시간 안에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육군 기술교범은 “두 모드는 동일한 하드웨어를 사용하지만, 통제 소프트웨어와 운용 로직, 통신 패키지는 다르다”고 명시했다. 즉, 통신 소프트웨어 등을 교체하는 데 8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이 종말모드용 사드 레이더를 한반도에 배치하더라도,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전진배치모드로 전환해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을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때문에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이 이를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외교·안보·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
일각에선 종말모드의 탐지 가능 거리는 600~900㎞, 전진배치모드는 1800~2000㎞가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 육군 교범은 전진배치모드가 1000㎞ 이상이라고만 언급했다. 미국 미사일방어 전문가인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평화·갈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겨레>에 공개한 분석 자료에서 사드 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3000㎞ 이상 거리까지 탐지·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모드의 전환 소요 시간이 실제로는 훨씬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이스 코넬대 선임연구원은 “군사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도 “이 레이더 제작사인 레이시온이 지난해 처리속도를 5배 빠르게 하기 위한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받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성능 업그레이드는 언제든 가능하다”며 “통신 모듈이 문제라면, 현대 과학기술은 두가지 작업을 모두 처리하는 통신 모듈을 개발함으로써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포스톨 교수(왼쪽)와 조지 루이스 선임연구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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