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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캐나다 기숙학교의 비극…“따귀 맞고 머리카락 뜯기고 밤이면 성추행”

등록 2015-06-03 19:57수정 2015-06-04 08:35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무스팩토리섬의 원주민 기숙학교 ‘비숍 호든 메모리얼 스쿨’에서 잠들기 전 남자 아이들이 성공회 선생님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싱와크 기숙학교 센터 자료사진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무스팩토리섬의 원주민 기숙학교 ‘비숍 호든 메모리얼 스쿨’에서 잠들기 전 남자 아이들이 성공회 선생님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싱와크 기숙학교 센터 자료사진
캐나다 정부·가톨릭교구, 원주민 자녀 ‘문화적 학살’
100여년간 원주민 자녀들 6000명이 기숙학교서 소리없이 죽어 나갔다
15만명의 캐나다 원주민 자녀들은 대여섯의 나이에 강제로 기숙학교에 보내졌다. 그곳엔 성적·신체적 폭력이 만연했다. 6000여명의 소년 소녀들은 소리 없이 죽어 나갔다. “문화적 학살”은 캐나다 정부와 가톨릭교회 등에 의해 10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대여섯살때 강제로 기숙학교로
‘고맙습니다’ 말할 줄 모른다고
따귀 맞고 머리카락 뜯기고 주먹질
기도문 못 외워도 처벌
밤에는 신부·수녀들이 성추행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의 진상을 조사해온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TRC)가 2일 활동을 마감하며 381쪽 분량의 요약 보고서를 내, 캐나다 정부와 가톨릭교회 등이 자행한 ‘문화적 학살’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6년여에 걸쳐 생존자와 목격자 6750명의 1355시간에 이르는 증언을 수집하고 분석해 원주민 기숙학교의 어두운 과거를 세상에 알렸다.

캐나다 중부 매니토바주의 원주민 지역 롤링리버에 살던 데니스 화이트버드가 “집에서 납치된 것은 예닐곱살 때”였다. 영어를 전혀 못 했던 그는 고향에서 121㎞ 떨어진 샌디베이 인디언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한번은 수녀에게 따귀를 맞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기고 주먹질도 당했어요. 내 죄는 ‘고맙습니다’ ‘부탁합니다’를 말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화이트버드가 회고했다. 폭행은 10~20분간 이어졌다. 1학년 때는 기도문을 외우지 못해 처벌받았는데 “피가 나서 울었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성폭행도 일상이었다. 신부와 수녀들은 기숙사에 나란히 붙어 있는 침상을 옮겨다니며 성추행을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잠든 척 누워 있으며, 다음 대상자가 내가 안 되길 바라는 것뿐”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화이트버드와 같이 부모의 품에서 강제로 떨어져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됐던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생존자는 현재 8만명 정도다. 이들은 2007년 정부를 상대로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소송을 냈다. 법원의 화해 조정으로 이듬해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했고, 이후 위원회는 기숙학교의 진상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원주민 기숙학교가 ‘캐나다 원주민 말살 정책’의 핵심 요소였으며 “문화적 학살이었다”고 규정했다. 1867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의 땅을 빼앗고 토착신앙과 토착어 사용도 금지했다. 존 맥도널드 초대 총리는 1883년 의회에서 “인디언 자녀들은 야만인인 부모의 영향에서 떨어뜨려야 한다”며 “백인 남성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교육”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기숙학교는 원주민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파괴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6년여 활동 마감
6750명 생존·목격자 증언 보고서
1996년까지 139곳에 15만명 수용
94개 권고안·교황 공식사과 요구
피해자에겐 현재까지 25조원 보상

1883년 시작된 원주민 기숙학교 정책은 1996년이 돼서야 완전히 폐지됐는데, 모두 139개 시설이 운영됐다. 위원회를 이끌었던 머리 싱클레어 판사에 따르면 15만명의 피해자 가운데 6000명 이상이 숨졌다. 캐나다 언론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숨진 캐나다 참전용사의 비율을 능가하는 수치라고 했다. 1907년 11월의 한 잡지는 “인디언 소년 소녀들이 파리처럼 죽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1915년 인디언 정책분과 부장관은 “초반 원주민 학생 50%가 죽었다”고 밝혔다고 공영 <시비시> 방송이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원주민 언어·문화 복원 지원, 역사 교육과 추모 활동 등 94개의 권고안을 내놨다. 특히 당시 시설의 60% 이상을 가톨릭교구에서 운영했던 점을 들어 교황의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2009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원주민들이 가톨릭 기숙학교들에서 겪은 “비참한” 대우에 대해 “비애”를 표시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약 280억캐나다달러(약 25조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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